직장인 김지윤씨(35)는 5년 전만 해도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생각했다. 김씨의 어머니가 자신의 명의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 30대 초반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것.    이때만 해도 김씨는 어머니의 부동산 투자능력이 대단한 것처럼 보였다. 그의 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서 내심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매달 납부해야 하는 150만원의 은행 이자가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두배에 이르는 가격에 아파트를 되팔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장밋빛(?) 꿈은 고작 1년 만에 풍비박산이 났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빚에 빚을 얹는 빚 폭탄을 맞았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던 아파트 가격은 고꾸라졌고 결국 헐값에 팔게 됐다. 결국 김씨 가족의 손에는 2억원대의 아파트담보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빚만 덩그러니 남았다.   김씨의 부모는 파출부와 막노동 등을 통해 지난 4년간 빚을 갚아왔지만, 최근 한계를 느끼고 연체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 간신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난달부터 은행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에 작은 희망을 걸고 있다. 이자 부담을 낮추고 빚을 장기간 나눠 갚으면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연 10%대 금리 적용 프리워크아웃 확대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 제도가 확대되고 있다.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은 대출 만기가 지났지만 상환자금이 없어 연체를 시작했거나 연체가 없지만 대출 만기 시 상환이 어려운 고객에 대해 장기로 분할상환토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 10곳이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지난 8월21일 프리워크아웃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이래 이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인 은행은 국민, 신한, 하나, 외환, 스탠다드차타드(SC), 씨티, 농협, 기업, 대구, 광주은행 등 10곳이다. 우리, 부산, 제주, 전북은행은 이달 중으로, 수협은 연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의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국민은행 프리워크아웃 제도는 가입 시 연 13.0%의 금리를 적용했다가 정상 상환이 이뤄지면 3개월마다 0.2%포인트씩 금리를 깎아준다. 최저 연 5.2%까지 감면해주고 조기상환 시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아직 연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연체 중인 고객에 선제적으로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신청 시 최초 14% 금리에 최장 10년 분할상환대출 전환이 가능하다. 성실히 상환하면 6개월마다 0.5%포인트씩 감면돼 최초 이자율의 절반인 7%까지 이자가 내려가는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연 10~14%의 최장 10년 분할상환대출로 바꿀 수 있고, 성실히 빚을 갚으면 연 6%까지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 이번 제도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서는 은행권 프리워크아웃 제도의 확대시행으로 이자에 짓눌린 서민가정의 연체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자감면을 위해 일부러 채무를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이번 제도가 단기간 시행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의 수익이 개선되려면 부실을 털어내야 하는데 연체자들을 장기간 끌어안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다. 다시 말해 프리워크아웃제도는 이자율을 낮춰주고 당장의 상환부담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원금감면은 없어 본래의 부채규모가 그대로 유지된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신청자가 늘어나면 연체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현재 연체자들을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떠안고 가야하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연체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힘들 것 같다. 지금은 내부적으로 연체 관리를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감독당국이 당장의 소나기를 피하려고 내놓은 대책"이라며 "대부분 단기적인 정책으로 끝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은행 프리워크아웃 vs 신용회복위 프리워크아웃   시중은행들이 자체 프리워크아웃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과의 차이점에 관심이 모아진다.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원금과 이자감면 부분이다. 시중은행의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은 대부분 연체를 시작한 고객들에게 장기간(최장 10년 등) 10%대의 금리로 분할상환토록 하는 방식이다. 향후 발생할 고금리 이자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지만 연체 이자나 원금에 대한 감면은 없다.    반면 신복위의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은 연체이자를 전액 면제해주고, 이자율을 최고액의 70%선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한 프리워크아웃 대상 자격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은행권의 자체 프리워크아웃은 해당 은행의 부채를 가진 경우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신용회복위의 프리워크아웃은 금융기관 2곳 이상의 다중채무를 갖는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은행권과 신용회복위 프로그램의 공통점도 있다. 프리워크아웃이 적용되는 순간부터 연체기록이나 신용관리자 정보가 은행연합회 공동전산망에서 삭제돼 신용정보가 정상으로 전환된다. 직접적인 부채상환 부담뿐 아니라 신용정보가 정상으로 회복돼 채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게 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