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에서 '외국인'은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해외 투자자본을 의미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증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 사이에서는 진짜 외국인을 잡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결과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은행의 외국인 고객은 이미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이렇게 되자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고객을 위한 맞춤서비스는 물론 전용상품, 다국어 지원 현금자동화기기를 마련하는 등 뜨거운 외국인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국인 거래 현황
국내 은행 중 외국인 고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24일 외국인 누적 고객수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외환은행이 80만명으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이 50만명, 신한은행이 46만명이다.
국내 은행의 외국인 고객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단적으로 국민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2010년 83만명에서 2011년 93만명으로 늘었고 올해 9월 100만명을 달성했다. 이렇게 고객수가 늘자 올해 7월에는 '외국인서비스유닛'을 신설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등 9개 언어가 가능한 ATM을 전지점에 설치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이 점차 늘고 있었지만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소외됐던 CEO급,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 등을 위한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앞선 지난해 7월부터 외국인고객부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효율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7개국어로 된 외국인 안내 책자를 발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환은행은 '오메가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외국인이 국내에 처음 정착 시 어려움이 없도록 금융은 물론 리로케이션·통신·문화&레저 등 비금융 부문까지 업무제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주는 종합상담서비스다.
우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외국인 고객을 유형별·니즈별로 분석해 최적의 상품을 번들(Bundle) 형태로 판매함으로써 외국인 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또 비금융서비스 중 외국인의 이주와 통신개통 등을 위해 아시안타이거즈모빌리티, KT 등과 업무제휴했다.
◆ 외국인 고객 위한 휴일 영업
서울 중구 광희동은 '리틀 울란바타르'로 불릴 정도로 몽골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매주 주말에는 한주간의 업무로 지친 몽골인들이 모여 고국의 음식을 즐기는 시간을 갖는다.
이곳에 위치한 우리은행 광희동지점은 외관부터 특별하다. 몽골인이 많은 지역이다보니 간판 역시 한국어와 몽골어 두 언어로 쓰여있다. 또 평일영업만 하는 다른 지점과는 달리 주말에도 문을 열어 외국인 고객을 위한 전용창구로 변신한다.
혜화동의 우리은행 지점도 마찬가지다. 혜화동에 있는 필리핀 성당 주변은 매주 일요일, 필리핀 사람들로 붐빈다. 이곳에서는 고국의 향수를 느끼려는 필리핀인들이 필리핀 장터를 열고 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본다. 우리은행 혜화동 지점은 필리핀 고객을 위해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우리은행이 마련한 외국인 고객을 위한 채널은 총 6곳. 혜화동과 광희동 외에도 의정부, 명동환전소,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 환전소와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원곡동 외환송금센터 등이다. 특히 광희동지점과 혜화동지점은 각각 몽골 제휴은행인 칸(Khan)은행과 필리핀 제휴은행인 BPI은행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평일에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주말에도 이들을 위한 영업을 하고 있다"며 "주업무는 송금업무지만 계좌개설 등 부수적인 업무도 진행하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 창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들도 외국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구로동, 안산원곡동, 신길동, 대림역 등 4곳에서 외국인 전용창구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나 중국인(중국동포) 또는 베트남인 직원이 상주해 외국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외환은행 역시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13개 지점이 일요일에도 영업하고 있다. 외국인 밀집 거주 지역에 26개의 외국인근로자 전략점포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VIP고객을 위한 20여개의 글로벌데스크도 운영 중이다.
◆ 외국인 고객 위한 전용상품
외국인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 상품도 출시됐다. 국민은행은 외국인 전용상품인 'KB웰컴(WELCOME)통장'을 출시했다. 통장만 있어도 환전 및 해외송금수수료를 50% 우대해주고 'KB 와이즈(WISE)해외송금 서비스'로 급여를 송금하는 경우 해외송금수수료를 면제해준다. 국민은행은 전용상품 출시와 더불어 외국인고객 전용 특화서비스인 'KB 웰컴 서비스'(Welcome Service)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에는 외국인 대상 전담 고객상담센터, 전담 PB센터 및 자동화기기 지원언어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고객을 위해 환율우대와 해외자동송금, 전자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하나 168통장'을 내놓았다. 하나은행은 또 길림은행으로 국제송금 시 당일 송금해주고 수수료도 우대해주는 '길한통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외환은행은 '이지-원(easy-one) 외화송금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365일 24시간 전국 어디서나 CD기를 통해 입금만 하면 자동으로 해외로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밖에도 외환은행은 통장과 체크카드를 합한 외국인노동자 전용상품인 '레인보우 패키지'를 판매 중이다.
◆ 외국인 전용 PB까지
국민은행은 앞으로 외국인 VIP고객에 대한 수요를 파악해 PB센터를 중심으로 외국인 VIP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외국인 전용PB업무를 하고 있는 곳은 강남스타PB센터와 명동스타PB센터 등 두 곳.
김현식 국민은행 골드&와이즈 강남스타PB센터 팀장은 "외국인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아직 초기단계지만 외국계은행과 견줘봤을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부동산을 포함해 세금과 각종 서비스는 국내 은행이 더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 VIP고객은 체류기간이 길고 유치하는 자금도 커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은행에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