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지점 개설에 주력했다면 올해에는 영토 확장과 현지법인 개설을 통해 해외고객에게 다가서고 있는 것.
 
해외점포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은행들이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포화상태에 직면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다. 해외에 진출한 기업보다는 현지인들이 주요 타깃이다. 소매금융으로 개인자금을 예치해 국내기업은 물론 해외기업까지 대출규모를 확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 물론 아직은 해외 현지인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이 한국에서는 대표적인 은행으로 꼽히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낯선 은행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하면 국내은행의 규모와 자금력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이 해외 현지은행과의 업무제휴(MOU)를 맺으며 서서히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소매금융 확대… 글로벌 금융벨트 구축
 
KB국민은행 도쿄지점은 지난해 기업과 개인고객을 포함해 19억600만엔(약 274억원)의 순이익(세전)을 올렸다. 올 6월 말까지 순이익은 8억9200만엔(128억원)이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은행 가운데 최고실적이다. 도쿄지점의 올해 목표는 순익 20억엔(287억원) 달성이다.
 
아랍에미리트 진출도 눈에 띈다. 올해 9월27일 아랍에미리트 진출로 확보를 위해 아부다비 상업은행(ADCB)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1985년 설립된 ADCB는 총자산 500억달러로 자산기준 UAE 내 3위, 아부다비 2위의 상업은행이다. 이번 협약으로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계좌 개설, 외국환 업무, KB국민은행 지급보증을 담보로 한 대출 및 각종 건설공사 보증서 발급 등 전반적인 금융서비스를 ADCB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10월 말 브라질 상파울로와 호주 시드니에 설치한 사무소를 각각 지점과 현지법인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브라질과 호주 법인 출범이 마무리되면 우리은행은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와 호주 등 5개국에 영업망을 갖추게 된다. 이중 브라질의 경우 현지법인을 위해 직원 10여명에 대한 인사를 최근 마무리했다.
 
또한 우리은행은 올해 초 이머징 마켓을 공략하기 위해 인도 첸나이에 '첸나이지점'을 개설했다. 인도 첸나이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인도 남동부의 경제·문화 중심 도시로 현대자동차의 인도 제1·2공장을 비롯해 자동차 관련 협력업체가 대거 진출해 있다. 또 삼성전자의 제2공장 준공으로 전기·전자관련 협력업체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에 국내은행들이 첸나이 지역에 지점을 개설하려고 경쟁을 벌여왔으나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인도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 가장 먼저 첸나이에 지점을 열게 됐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일본에 현지법인인 SBJ 나고야지점을 개설했다. 이번 나고야지점 개점으로 신한은행은 한국계 은행 중 가장 많은 14개국 61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신한은행은 하반기에도 중국·일본·베트남 등지에서 5~6개의 점포를 연다.
 
지난 9월에는 인도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에게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뉴델리지점 이전식을 가졌다. 신한 뉴델리지점은 뉴델리 남부에 위치하며, 고속국도와 델리 지하철 1·2호선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로 한국계 및 다국적 기업들이 밀집한 구르가온과 노이다 공단으로 통하는 길목에 있다. 거래고객들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랜드마크로 지점을 이동한 셈이다.
 
하나은행의 중국 현지법인인 하나은행유한공사는 지난 9월 초 광저우분행의 문을 열었다. 하반기에는 상하이, 칭다오, 선양에 영업점을 추가로 개설해 연말까지 중국 내 영업점수를 18개로 늘릴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소매금융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하나은행은 설립 초기부터 현지인 관리인을 채용해 전산 개발 및 여신심사 현지화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중국인 고객이 70%에 이른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오른쪽)이 지난 12일 일본 도쿄 리츠칼튼 호텔에서 산탄데르 은행과 MOU를 체결하고 있다./ 이찬근 KB국민은행 부행장(왼쪽)이 9월 27일 콜린 프레이저 ADCB은행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ADCB본점에서 MOU를 체결하고 있다.(왼쪽부터)

기업은행은 지난 10월12일 일본 도쿄 리츠칼튼호텔에서 중남미지역 최대 네트워크를 가진 산탄데르은행(Banco Santander)과 상호 지급보증을 통한 현지진출기업 자금지원 등을 뼈대로 하는 포괄적 MOU를 체결했다.
 
또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전세계 5대양 6대주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도이치방크와 호주 ANZ은행 등 세계 주요은행과 잇달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11월 중에는 중국은행(Bank of China)과도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특히 호주는 철광석과 석탄 매장량이 풍부해 우리 기업들이 자원 개발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어 기업금융의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이민자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인금융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어 일거양득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박스) 은행직원, "해외발령 반갑지 않아요"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은행권 처음으로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에 대해 '단신부임' 제도를 도입했다. 단신부임은 중국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의 현지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부임 첫 6개월 동안 가족보다 먼저 중국으로 건너가 생활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직원이 아내와 자녀 등 가족과 동시에 이동할 경우 수개월간 자녀 학교문제와 현지생활 적응 등으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은 단신부임 제도가 시너지 효과가 클 경우 다른 해외지점에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신한은행이 중국지점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지에 있는 직원이 영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부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 비해 목표 영업실적도 크게 높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외점포의 실적 목표는 내부규칙에 의해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작년에 비해 목표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외점포 발령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행직원이 해외로 발령 날 경우 실적이나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보상차원으로 간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과도한 업무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는 부서로 바뀐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