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보대출을 더 많이 받으려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 받으셔야 합니다. 담보대출의 경우 개인은 집값의 70%까지 가능하지만 사업자등록증이 있으면 80%까지 늘릴 수 있거든요.”
제2금융권에서 대출모집인으로 근무하는 A씨의 말이다. 그는 고객이 대출한도를 높이려면 편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법의 규정을 모두 따르려면 대출한도가 낮아지고 대출모집인이 받는 대출 수수료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대출모집인의 편법 대출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이 기업대출로 분류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허점을 악용하고 있는 것. 문제는 이처럼 편법영업이 빈번한데도 금융사들은 이를 눈감아주는 것은 물론 오히려 대출영업을 더 부추기고 있는 점이다.
A씨는 “편법영업을 뒤에서 독려해주는 곳이 금융사”라며 “우리는 대출이 필요한 고객의 대출서류를 금융사에 전달해주는 중개 역할만 할 뿐 이를 승인해주는 권한은 금융권에 있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대출을 승인해주는 금융사에 떠넘기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편법영업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A씨는 다소 충격적인 말을 이어갔다. “만약 금융 규제와 법이 바뀌면 가장 먼저 금융사 영업직원이 이를 파악해 우리에게 편법영업 방법을 알려 준다”며 “사업자등록증을 통해 담보대출 규모를 늘리게 하는 것도 금융사에서 귀띔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대출의 불편한 진실
대출모집인의 편법영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융사가 대출모집인에게 주는 수수료에 따라 대출금리가 크게 달라지는 것. 특히 이는 영업망이 거의 전무한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이 심하다.
일반적으로 금융사가 부여하는 가산금리의 경우 충당금과 인건비, 예금보험공사 보험료(예치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제2금융권은 충당금과 예보예치금이 제1금융권보다 높게 책정돼 그만큼 대출이자도 높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가산금리를 통해 예대마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도 있다. 즉 금융사와 대출모집인이 가산금리를 통해 부당한 이자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대출모집인은 “만약 한 금융회사의 담보대출 금리가 7%라면 이 회사는 대출모집인과 협의를 통해 3%를 더 얹어 실질적으로 고객이 받는 이자를 10%로 책정한다. 금융사는 3%에 대한 이자를 우리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선지급해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출 모집인 수수료는 제1금융권은 통상 0.3~1% 미만이지만 제2금융권은 2~4%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신용도가 낮은 고객은 담보에 따라 금융사에서 정한 금리보다 10% 가까이 높게 받는 곳도 있다”고 불공정 거래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또 “고객이 대출을 받고 조기 상환을 하면 수수료를 떼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조기상환수수료 역시 대출모집인에게 주는 수수료와 금융사 내부 마진을 합쳐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법영업의 비밀… 눈감아주는 금융당국
그렇다면 금융사와 대출모집인은 어떤 관계일까.
일반적으로 대출모집인은 금융사의 아웃소싱으로 이뤄진다. 대출모집인이 대출이 필요한 고객을 금융사에 소개해주면 일정부분의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다.
금융사들은 각 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대출 위탁업체를 위해 별도의 금융상품을 개발해 판매한다. 예를 들어 A캐피탈이 출시한 담보대출의 경우 위탁업체들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고객이 창구를 통해 대출상담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영업점에서 대출거래가 발생한다고 해도 금융사는 위탁업체에 별도의 수수료를 지급해준다.
금융권이 이처럼 수탁업체를 별도로 두는 이유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내부적으로 대출모집을 별도로 관리하는 부서를 둘 경우 인건비와 운영비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위탁회사에 아웃소싱을 주면 상대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한개 부서를 만드는데 적어도 7~8명 정도의 직원을 둬야 한고 이들의 인건비만 따져도 매달 수십억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회사 운영비와 사무비 등을 포함하면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대출업무를 위탁업체에서 맡길 경우 대출금액에서 일정 부문의 수수료만 떼어주면 된다. 위탁업체에 제공하는 수수료가 별도부서를 두고 운용하는 비용보다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모집인 수수료와 관련해 “금융사와 위탁업체의 수수료는 계약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금융사가 마음대로 책정할 수는 없는 구조”라며 “다만 대출모집인이 금융사에 다소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대출금리가 상승되는 것은 맞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아웃소싱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은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편법영업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더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금융당국도 다 알고 있지만 금융사의 편의를 위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출모집인 피해예방 5계명
금융감독원은 대출모집인 이용 시 금융소비자가 낮은 금리로 안전하게 대출할 수 있도록 유의할 점을 당부하고 나섰다.
◇창구에 직접 방문하세요
모집인을 이용하면 금융회사가 고객 모집의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가 포함돼 직접 대출을 신청하는 것보다 이자율이 높다. 가까운 금융회사 창구에 직접 방문하거나, 한국이지론(http://www.egloan.co.kr, 서민금융119(s119.fss.or.kr)의 '서민맞춤대출안내'도 접속 가능)을 통해 본인에게 적합한 대출을 검색하는 것이 좋다. 여신협회 대출직거래장터(www.directloan.or.kr) 등 저렴한 대체중개채널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작위 문자전화를 통한 대출권유는 절대 믿지마세요
문자나 전화 권유를 통해 대출신청을 하면 턱없이 높은 금리나 개인정보 유출 등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상등록된 모집인의 이름 소속 등을 사칭한 피해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어떤 명목이든 수수료는 주지마세요
대출시 부담하는 이자비용에는 금융회사가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이미 반영돼 있다. 신용등급 상향 수수료, 신용조회비용, 보증보험료 등 어떤 명목으로든 대출모집인이 고객으로부터 금전을 수취하는 것은 불법이다.
◇피해를 당한 경우 반드시 신고하세요
대출모집과정에서 대출사기, 불법 수수료와 같은 피해를 입은 경우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 피해신고는 금감원 콜센터(1332), 또는 불법중개수수료 신고센터(http://s119.fss.or.kr로 접속하여 사금융피해예방 → 불법사금융제보·신고)에 하면 된다.
◇대출모집인 이용시 반드시 등록 여부 조회
각 금융협회에서 대출모집인 등록제도를 도입해 정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불법브로커가 등록된 대출모집인을 사칭하는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대출모집인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 반드시 등록여부를 확인하고 인적사항을 대조해야 한다. 전화를 이용할 경우 국번없이 1332에서 3번을 눌러 상담원을 통해 조회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