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을 맞은 LS그룹이 ‘아름다운 경영승계’의 서막을 올렸다. 구자열 LS전선 회장(59)이 사촌 형인 구자홍(66) 현 회장의 뒤를 이어 내년부터 LS그룹 회장직을 수행키로 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LS그룹의 이같은 방침은 지난 11일 공식 발표됐다. 이날은 LS그룹이 LG로부터 계열분리한 지 딱 10년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을 둘러싸고 아버지와 아들, 혹은 친형제 사이에도 반목과 갈등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촌끼리도 별 잡음없이 경영승계를 이뤄낸 LS그룹을 보는 재계의 시선은 훈훈하다.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가 내년 주주총회 이사회에서 이뤄질 예정이지만 새해에 회장직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신임 회장이 직무를 원활히 수행토록 관례에 따라 내년 1월2일 이·취임식을 열기로 한 것 또한 LS그룹이 매끄러운 승계절차를 밟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오른쪽)과 쯔언떤상 (Truong Tan Sang) 베트남 주석
◆‘4대 4대 2’ 원칙 고수…사촌 경영 ‘안착’
구자홍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며, 구자열 회장은 지난달 20일 별세한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일선에서 물러나는 구자홍 회장은 내년부터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의 회장직을 맡아 경영활동을 지원한다. 주로 인재육성과 조직문화 혁신, 브랜드 가치 제고, 사회공헌 등 그룹 전반의 정신적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LS그룹의 ‘2기 수장’ 선임이 아름다워보이는 것은 집안 간 ‘4대4대2’ 원칙이 계속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자리한다.
LS그룹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6형제(인회, 철회, 정회, 태회, 평회, 두회) 중 아래 3명의 동생인 태회, 평회, 두회(일명 태·평·두) 3형제가 분가해 만든 기업이다. 이 세 집안은 지주회사인 LS의 오너 지분 33.43%를 '4: 4: 2'로 나눠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사촌간 공동경영' 형태를 띠고 있다.
지주사 산하의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LS엠트론은 사촌간 공동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예스코의 경영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집안이 분할했다. E1은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집안에서 각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경영구도는?…LS전선 수장 누가 맡나
LS그룹이 구자열 회장 체제로 재편되면서 이제 재계의 관심은 향후 그룹 전반의 경영구도에 쏠린다.
우선 내년부터 구자열 회장이 지주사 (주)LS회장으로 자리를 옮김에 따라 당장 주력계열사인 LS전선은 누가 맡을 것인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0년간 LS는 ‘구자홍 그룹 회장-구자열 전선 회장' 체제로 운영돼 왔다. ’태평두‘ 3형제 중 첫째 집안이 그룹 전체를, 두번째 집안이 핵심계열사인 '전선'을 맡는 형태였다.
따라서 지난 10년과 마찬가지로 LS그룹이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구태회 회장의 동생)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에 돌아간 만큼 그룹 주력사인 LS전선은 첫째 집안(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자엽 LS산전 회장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차기 LS전선 회장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차기 ‘그룹 경영권’ 수장에 대해서도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10년간 LS그룹을 이끌었던 구자홍 회장에 이어 구자열 회장이 같은 기간 그룹을 이끌고 그 이후에는 고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은(48) LS전선 사장에게 ‘바통 터치’를 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장 설들력을 얻고 있다.
LS그룹 친인척 가운데 구자은 사장의 LS 지분율(4.02%)이 가장 높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2013년 '구자열 호' 공격경영 속도낼 듯
그렇다면 2013년 항해를 시작하는 ‘구자열 호’의 LS그룹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재계에선 구자열 회장이 적극적인 M&A 행보를 통해 ‘1기 LS그룹’ 때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실제 구자열 회장은 지난 2003년 10위권 밖이었던 LS전선의 글로벌 업계 순위를 해외 거래선 발굴과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 ‘세계 3위’로 끌어올렸다. 2004년 부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10여 개에 불과했던 LS전선의 해외 거점만 현재 17개국 60여개로 늘렸다. 해외 매출 비중도 30%에서 60%로 두 배나 증가시켰다.
구자열 회장은 그동안 오는 2015년까지 LS전선을 ‘글로벌 1위’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작년 5월부터 1년5개월간 700억원가량을 투입한 전력 케이블 생산공장을 완공, 세계 1위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 2위인 프랑스 넥상스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게 만들었다.
따라서 구 회장은 이같은 목표치와 동일한 수준의 비전을 LS그룹 전반에 걸쳐 내세우며 공격 경영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S전선의 직원 명함에 ‘No Innovation, No Future(혁신 없이 미래 없다)’라는 문구를 새기도록 지시한 구자열 회장. 혁신과 도전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 그이기에 2013년의 LS그룹 또한 어떠한 도전과 혁신의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된다.
■ 구자열은 누구 직원과 소주잔 기울이는 ‘몸짱 회장님’
LS그룹의 차기 수장이 된 구자열 회장은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LG상사에 입사해 뉴욕지사와 일본지역본부 이사를 지냈고 우리투자증권(당시 LG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국제부문 총괄임원을 역임했다.
지난 2003년 LS그룹이 LG그룹과 분리된 이후에는 LS전선 부회장을 거쳐 2008년부터 회장을 맡아왔다. 또 2008년부터는 LS엠트론 대표이사 회장, LS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직도 수행했다.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경영스타일처럼 그는 스포츠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특히 사이클에 대한 애착이 강해 한때 40여km에 달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일도 있었으며, 지난 2002년에는 독일에서 열린 ‘트랜스알프스 산악자전거대회’에 참가해 7박8일 동안 650㎞를 완주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도 맡아 아마추어 선수 발굴에도 힘을 쓰고 있다.
경영자로서의 구자열 회장은 ‘상향식 소통’을 중요시하는 스타일이다. 사업장을 수시로 방문해 임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임직원들의 현장 고충을 듣고 즉각 시정조치하기도 한다. 그는 “나쁜 직원은 없다, 나쁜 리더만이 있을 뿐”이라며 리더의 역할을 중시하는 경영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