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 선거의 경제 분야 최대쟁점 중 하나는 증세(增稅)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누가 대권을 잡든 기존 재원으로는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후보들은 껄끄러운 증세에 관해서는 뒤로 물러선 모습이다. 다만 그 '거리'는 다르다.

증세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쪽은 박근혜 후보다. 증세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26일 열린 대선후보 TV토론회 <국민면접 박근혜>에 출연한 자리에서 "경제도 어려운데 국민들에게 무조건 부담을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낭비와 비효율적인 운영을 줄이고 복지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여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이에 반해 '부자증세'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문 후보는 "복지국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재원 마련은 부자증세가 답"이라며 "참여정부 수준으로 부유층 부담률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 朴, "세출구조 개혁"… 文, "부자증세"

박 후보가 내놓은 재정마련 방안의 핵심은 세출구조 개혁이다. 정부의 낭비 및 중복 예산을 줄이고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큰 틀이다. 또한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세금 집행을 통해 탈루되고 있는 세금부터 제대로 거두겠다는 방침이다.
 
공공부문 개혁도 주요 방안이다. 공공부문의 책임 경영을 확대해 공공부문 소유 자산과 부채 관리를 효율화한다는 복안이다.

박 후보는 이러한 원칙과 개혁방안을 통해 매년 27조원씩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을 내세운 것. 박 후보는 "재원 마련 수준을 넘느냐 안 넘느냐를 따져가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정책이라는 것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국민 고통을 덜어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문 후보는 핵심 조세정책으로 '부자증세'를 꼽는다. 대기업이나 고소득자들에 대한 세원 확충 등을 통해서 민생 지원을 위한 재정 기반을 확충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삽질 예산' 대폭 삭감도 주요 화두다. 문 후보는 "4대강 사업 같은 복지·민생과는 무관한 삽질예산에 여전히 많은 금액이 반영돼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대폭 삭감해서 OECD 최하위 수준인 복지지수 수준을 획기적으로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러한 방안을 통해 '위기 극복'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일자리,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노인복지, 공공의료서비스 확대, 하우스푸어 지원, 중소기업과 농어민 지원 등에 예산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
"두 후보의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

이러한 두 대선후보의 각종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박 후보가 스스로 밝힌 공약의 규모가 130조원이 넘는데 절세로 100조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그 많은 정책을 증세 없이 추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최성은 조세연구원 연구위원도 "박 후보의 경우 여성정책에만 9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등 막대한 예산이 요구되는데 증세가 없는 정책 추진은 모순"이라며 "이미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서 규모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의 '부자증세' 방안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 연구위원은 "절대적으로 늘어나는 양에 비해 부자증세는 세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기반에서의 세율 상향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예측이 부정확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를테면 문 후보의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공약은 연 5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제시됐는데 이 규모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는 것. 무상의료가 진행되면 (현재보다) 의료수요가 늘어나 최소 30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박 후보와 문 후보 중 어느 쪽의 재정마련 대책이 더 비현실적일까. 이에 대해서는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대선 공약 이행에 따른 (예상) 소요 예산 규모는 문 후보(연 34조원) 측이 큰 상태. 단순계산으로 보면 연 27조원을 예측하는 박 후보 측보다 약 6조원이 더 든다. 그러나 규모만으로 단순 비교해선 '착시현상'에 빠질 수 있다.

이 총장은 "공약 이행에 따른 예산 규모는 문 후보 측이 커보이나 문 후보는 현 정부의 정책 중 상당수를 폐기할 것이라는 입장이고, 박 후보는 그렇지 않다"며 "여당은 정책 연결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공약에 따른 비용 규모가 적을 뿐 국정을 위임했을 때 어느 쪽에 재원이 더 들어갈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朴-文 '재원 대책' 상호 검증해보니
 
상대방의 '빈틈'은 경쟁자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상호 검증한 재원 마련 대책의 현실성은 어느 정도일까.

두 후보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보낸 '상호검증 의견'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양측 모두 낙제점이다. "대책 없는 공(空)약'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의 재원마련 대책에 대해 "지출 및 세제개혁, '국민세금의 가치'를 실천하는 것의 당위성은 인정하나 막대한 복지지출에 대한 적절한 재원마련 대책 없이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 아동수당 지급 등 소요예산 산정 시 과소 추정된 측면이 크다"며 "지방비 부담을 과중하게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가 30대 선도사업 등 국책사업을 원점에서 검토해 폐지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중단하면 더 큰 비효율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다.

반면 문재인 후보 측은 박 후보의 재정 마련 방안에 관해 "증세 방안에 대한 검토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으로 줄어든 세수가 63조8000억원인데, 증세없이 정부 지출과 세금 누수방지 등으로 연간 27조원을 조달하겠다는 방안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문 후보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고) 정책기조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세입을 확대할 것이며, 대형 토건사업에 대한 예산을 줄이지 않고 어떻게 세출을 절감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정 편성의 우선순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정된 국가 재정을 '4대강'과 같은 토건사업에 우선 지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