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수직증축 방안이 확정됨에 따라 대상이 되는 전국 400만가구의 향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리모델링 추진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가구수 허용수준이 10%에서 15%로 상향되면서 조합원 분담금 하향조정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일 4·1 부동산대책의 후속조치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방안을 확정했다. 15년 이상 된 아파트의 리모델링 허용기준을 최대 3개 층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15층 미만의 아파트를 수직증축 추진 시 2개 층까지, 15층 이상이면 3개 층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기준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가구수는 15% 늘고, 늘어난 가구를 일반분양하면 조합원 사업비는 35%가량 줄어든다. 리모델링 수직증축 방안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리모델링업계는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사무처장은 "지난해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10% 가구수 증가와 수평증축이 허용됐지만 실제 이를 적용해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단지는 10%도 되지 않았다"면서 "여유부지가 없는 것이 문제였는데 이번 조치로 대상 단지 중 최소 70%가량은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 추진했던 36개 단지가 우선 대상지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허용됨에 따라 부동산업계는 1기 신도시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국에서 리모델링 조건을 갖춘 곳은 400만가구. 이 중 1기 신도시에서만 200만가구가 집중돼 있다. 특히 신도시 형성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가 2007년 이후 하락폭을 키웠던 분당신도시가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지로 꼽힌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부동산리서치팀장은 "리모델링 수직증축 및 일반분양 허용 비율이 높아지면서 수혜를 받을 지역은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가 꼽히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최근까지 집값 하락폭이 컸던 분당이 가장 큰 수혜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기에 적합한 단지는 조합원 900가구 이상에 일반분양 물량 100가구 이상인 곳이다. 20~30평형대 중소형 위주면서 집값이 비싼 역세권 단지가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리모델링 수직증축이 건설시장의 블루오션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이번 정부 발표로 실제 수혜를 받는 대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1차적으로는 정부의 수직증축 허용 이전부터 이미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었던 36개 단지를 중심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분양 가격 화두, 관계법령 정비 요구 목소리도

하지만 리모델링을 추진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리모델링도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조합원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일반분양 판매로 가구별 추가부담금이 일부 감소하겠지만 여전히 가구당 1억원이 넘는 추가분담금은 조합원의 부담으로 남는다. 주택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직증축에 따른 일반분양물량이 잘 팔릴지도 미지수다.

부동산업계는 늘어나는 가구를 일반분양으로 전환할 때 3.3㎡당 180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가격에 분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강남권과 분당 정자동, 서현동, 평촌 일부를 제외하면 3.3㎡당 1800만원에 분양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사실상 강남만을 위한 특화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다수의 주민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도 난제다. 평형별로 주민들의 처한 입장이 다르다보니 의견 수렴이 만만치 않다. 리모델링 추진요건은 전제 초합원 중 80%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대다수 15년 이상 노후화된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주차 문제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리모델링이 결정되면 늘어나는 가구수만큼 주차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하주차장을 지을 경우 그만큼 건축비가 올라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조 팀장은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따른 어려움이 남아있는 만큼 "역세권 등 입지가 뛰어나 사업성이 좋은 지역, 주민 갈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 등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단지들은 한동안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리모델링업계는 주택법 외에도 분쟁의 소지가 있는 다른 법률을 동시에 개정해야 리모델링사업의 토대가 마련된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수직증축에 따른 일조권, 조망권 침해나 동간거리 문제 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차 사무처장은 "건축법상의 제약조건과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다른 규제들도 함께 풀어줘야 합리적"이라며 "수익적 측면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보다는 주거환경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