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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경제에서 금융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 기준 약 7%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없다"는 탄식이 나온 지 오래다. 그간 중공업과 IT(정보기술)에 주로 의존해온 대한민국의 '금융체력'을 이제는 키워야 한다. <머니위크>는 창간 7주년을 맞아 세계 금융 격전지에서 묵묵히 대한민국의 금융영토를 넓히고 있는 '금융 전사'들을 찾았다.
베트남 호찌민 1군 사이공 트레이드센터 10층. 이곳엔 글로벌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베트남법인이 있다. 이곳에는 이례적으로 한국인 직원이 근무한다. 베트남 내 한국기업을 총괄하는 권혁성 본부장이 그 주인공.
권 본부장을 포함해 한국인은 총 3명. SC은행이 현지인 대신 한국인 직원을 채용한 이유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내 한국데스크인 셈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만 5개. 과연 경쟁이 될까 싶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정반대다. SC은행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지원한 대출규모가 6000억원을 넘고, 매년 20~30%씩 증가하는 등 현지에 진출한 국내은행보다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중견기업이 주고객층이라는 점이다. 리스크가 큰 중견기업보다는 대기업 영업을 선호하는 일반적인 금융풍토와 대조적이다. 그렇다면 SC은행은 대출 리스크를 체크하지 않는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현지국가의 면밀한 시장분석, SC은행 베트남법인과 한국법인간 체계화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중견기업의 재무상태·미래성장 가능성 등을 철저히 분석한다.
이는 현재의 재무상태부터 미래 전망까지 분석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췄기에 가능한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와 같은 시스템을 베트남에 진출한 모든 국가에 적용한다는 점이다.
SC은행 베트남법인에는 베트남 현지기업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베트남에 진출한 각 나라의 현지인을 채용하고 나라별 데스크를 별도로 두고 있다. 여기에 150년간 쌓아온 선진금융기법으로 주요 수출기업들이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노하우도 전수한다. 이는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국내은행들이 배워야 할 점으로 꼽힌다.
지난 9월15일 권혁성 본부장을 만나 SC은행 베트남법인의 성공사례와 국내 현지은행이 벤치마킹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 SC은행이 글로벌은행으로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다양한 글로벌네트워크와 신속한 의사결정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네트워크를 갖춘 은행과 해외네트워크 구축을 원하는 기업이 관계유지(릴레이션십)를 한다면 높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더 자세히 듣고 싶다.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기업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가에 수출하기를 원하고 다양한 데이터베이스(DB)를 필요로 할 것이다. 우리는 이 기업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할 만큼 글로벌국가의 다양한 DB를 구축해 은행과 기업 간 윈윈전략이 가능하도록 한다. 빠른 의사결정도 강점이다. 최종의사 결정은 본점에서 하지만 해외법인과 지점에서 제안하는 내용을 거의 대부분 수용한다.
- 한국기업들이 해외에서 안착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의미인가.
▶단순히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기업이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도 함께 조언해준다. SC은행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중국에 8명, 인도에 2명 등 각국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매니저들이 있다. 앞으로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까지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이들은 모두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 SC은행이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은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여러 나라에 진출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진출 경로는 크게 두가지인데 인건비가 저렴하고 땅값이 싼 신흥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과 시장개발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 대신 아프리카, 브라질, 러시아 등 이머징 국가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베트남도 그 중 일부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는 경영전략과 맞아 떨어진다. SC은행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리딩뱅크가 되는 것이 목표다. 한국기업이 우리에게는 놓칠 수 없는 큰 고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국투자 비중이 높다고 하는데 근거가 무엇인가.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은행은 SC은행을 포함해 씨티은행, HSBC은행 등 3개 은행이 대표적이다. HSBC은행은 과거 개인금융과 중견기업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려다 지금은 대기업 영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전세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포트폴리오 비중은 3% 수준이다. 하지만 SC은행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포트폴리오 비중이 15%에 달한다. 앞으로 그룹차원에서 글로벌네트워크를 이용, 한국기업의 해외 자회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 대기업과 중견기업 포트폴리오 비중은?
▶중견기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신금액으로 보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비중은 4대 6 정도다. 하지만 건수로 보면 중견기업이 전체의 90%를 훌쩍 넘는다.
- 신용도가 낮은 베트남에는 영세기업이 많다. 현지기업 대출도 해주나.
▶물론이다. 베트남 현지 중소기업도 우량기업이면 얼마든지 대출지원이 가능하다. SC그룹은 SC은행 한국법인을 비롯해 베트남, 인도, 두바이 등 전세계 70개국에 법인과 지점 형식으로 진출해 있다. 새로운 국가에 진출할 때는 총 여신투자 비중은 얼마로 할지, 어떤 포트폴리오로 진출할지 등을 미리 치밀하게 분석한다. 국가 신용등급과 경제성장률 등 시장조사는 물론 은행 담당연구(크레딧 오피서) 부서가 끊임없이 각 국가의 경제현황과 자본금, 위험노출액(익스포저) 등을 끊임없이 리포팅한다. 대출 기업에 대해서는 SC은행 한국법인에 있는 그룹어카운트 매니저(GAM)가 그룹의 실적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현지에서도 필드 어카운드 매니저 (FAM)들이 자회사의 재무현황을 파악한다. 그래서일까. 내가 여기 있는 동안 부실이 난 사례는 한번도 없었다.(웃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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