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의 정몽진 KCC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상장사에 틈틈이 지분을 투자하면서 쏠쏠히 시세 차익을 누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정 회장과 KCC에 최근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이 다시 모아지고 있다. 정 회장이 KCC를 내세워 2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입키로 하면서부터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연초 대비 주가가 반토막난 상태여서 정 회장의 이번 투자 행보를 놓고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 현대중공업 우회지원? "사촌이니까…"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지난 11월20일 현대중공업 주식 243만9000주를 3000억원에 매입키로 결정했다. 주식 매입 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만간 장외거래를 통해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 취득이 완료되면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기존 3.04%에서 6.25%까지 오른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10.15%)과 현대미포조선(7.98%)의 뒤를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사진=뉴스1 정회성 기자 시장에선 정 회장의 KCC가 외형상 주식거래를 통해 현대중공업을 지원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CC가 현대중공업 자사주나 계열사 보유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KCC를 이끄는 정상영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으로, 정몽진 회장과 정몽준 전 의원은 사촌지간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실적이 좋지 않은 현대중공업 주식을 정 회장이 매입한 것은 범 현대가 지원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짙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3분기까지 2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보이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3분기에만 연결기준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데다, 매출 역시 3분기 12조40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6% 줄어들었고, 당기순손실도 1조460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앞선 2분기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1분기 만에 분기 최대 손실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 셈이다.
현대중공업의 계열사 역시 현대미포조선이 올 3분기까지 누적 8510억원의 영업적자와 66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현대삼호중공업은 같은 기간 영업손실 4834억원에 당기순이익에서도 339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KCC 측은 지난 11월20일 현대중공업의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자금운용의 효율성 제고”라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 측도 “KCC의 이번 지분매입은 현대중공업 자사주(지분율 19.36%)나 최대주주 보유 주식 등과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 '시세 차익' 위한 노림수? "투자귀재, 이번에도…"
일각에서는 KCC의 이번 지분 매입이 정몽준 전 의원과 현대중공업을 우회지원하는 것 외에 저가매수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린 전략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지난 몇 년간 이뤄진 KCC의 투자이력과 관계가 깊다는 관측이다.
실제 KCC는 지난 2011년 12월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지분 17%(42만5000주)를 7739억원에 매입했다. 당시에는 KCC의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제일모직이 상장을 결정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상호를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액면가를 100원으로 변경, 오는 12월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KCC의 보유지분 규모는 2125만주로 늘었다. 제일모직 공모가는 4만5000원이지만 액면가 5000원으로 환산하면 주당 225만원에 달한다. 따라서 지난 2011년 당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182만원에 매입한 KCC는 제일모직 상장으로 공모가로만 환산해도 최소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게 된다. 상장 이후 주가가 출렁이면 3000억원대의 시세차익도 예상된다.
정 회장의 KCC가 지분매입을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린 건 이 건만이 아니다. 앞서 KCC는 2000년 현대중공업 지분을 사기 시작해 2010년에 8.2%까지 지분율을 늘렸다가 2012년 지분 5.16%를 매각했다. KCC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 3.04%의 투자수익률은 464.18%에 달한다. 당시 현대중공업 지분 취득금액은 566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지분가치는 3000억원을 웃돈다.
지난 2003년에도 KCC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입 등으로 큰 수익을 거둔 바 있다.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의 경우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10배나 급등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KCC가 단순히 범 현대가를 지원하기 위해 현대중공업 지분을 사들인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특히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정몽진 회장이 현대중공업 지분을 매입한 데는 향후 시세차익 등을 노린 전략이 깔려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지분 투자에 대해 시장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사상 최악의 실적부진으로 고생하고 있다. 워낙 조선업황이 좋지 않고 올 4분기 들어서도 실적회복이 쉽지 않아 주가가 크게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지난 2012년 정몽진 KCC 회장이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본두리에 위치한 KCC 여주공장에서 3호기의 화입식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 KCC 주주는 당황? "KCC 주가엔 악재"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 매입과 관련해 또 하나 짚어봐야할 논란거리는 KCC 투자자들에 대한 손해부분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월 9일 11만4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KCC의 지분 매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상승세를 탔다. 이틀 뒤인 11월21일 12만원대로 오르더니 같은달 24일에는 13만4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KCC는 11월19일 56만8000원에서 24일에는 52만1000원까지 떨어지며 현대중공업 추이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KCC의 목표가 하향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KCC 목표가를 70만5000원에서 67만1000원으로 내렸고 한국투자증권도 75만원에서 68만원으로, 키움증권 역시 71만5000원에서 65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KCC의 주가가 하락한 만큼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KCC가 계속 관계사 지원에 나서는 것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로필 용산고/고려대 경영학과/미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고려화학 전무이사/KCC 싱가포르현지법인 대표이사 부사장/KCC 부회장/고려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금강 부회장/금강고려화학 대표이사/KCC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