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세계에서 세번째로 넓은 경제영토를 가졌다. 무려 74.6% 규모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25.4%의 경제영토가 대한민국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정복해야 할 남은 영토는 어디일까.

◆ 중남미 신흥강자 '콜롬비아'


콜롬비아는 지난 2012년 6월 우리나라와 FTA 협상을 타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회 비준 동의절차를 완료한 후 콜롬비아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콜롬비아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내리면 양측의 외교서한을 통해 FTA가 정식 발효된다.

콜롬비아와 FTA가 발효되면 한국산 식품·화장품·의료기기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는 콜롬비아의 인구구조, 소비수준 변화와 관련이 깊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브라질, 멕시코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박태호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세르히오디아스 그라나도스 콜롬비아 통상산업관광장관의 한-콜롬비아 FTA 서명식. /사진=뉴시스 홍찬선 기자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인구 중 경제활동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어나 내수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중남미 4위권인 콜롬비아는 침체된 모습을 보이는 다른 남미국가와는 달리 1인당 GDP(구매력 기준)가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나아가 콜롬비아는 소득과 함께 소비도 늘어나며 청년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저당·무가당음료가 인기를 끈다. 글로벌 경제연구기관 BMI에 따르면 콜롬비아의 과일·야채쥬스시장 규모는 오는 2019년까지 7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콜롬비아와의 FTA가 발효되면 현재 관세율 10~15%인 한국산 알로에·홍삼음료 등의 수출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기기업체들도 콜롬비아시장의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최근 콜롬비아 의료시장은 의료비 지출증가와 보험제도 확대가 맞물려 급속도로 커지는 분위기다. 반면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술력이 낮아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 시장의 1.2%를 점유(지난해 기준)한 한국 의료기기는 기존 5%의 관세율이 철폐될 경우 미국·유럽제품 등과 경쟁할 힘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각광받는 산업은 화장품이다. 콜롬비아는 전통적으로 색조화장품시장이 발달했으나 최근 피부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능성·노화방지제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국내 화장품업계는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진출에 성공한 경험을 살려 콜롬비아시장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을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 자원 받고 공산품 주고 '유라시아'


우리나라는 옛 소련지역 국가들이 통합한 유라시아경제연합(EEU)과의 FTA도 추진 중이다. 2016년 가을을 목표로 현재 타당성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가 끝나면 이를 토대로 양측은 FTA 협상을 진행한다.

EEU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키즈스탄 등이 가입한 지역경제연합체다. 역외국가에 대해 공통 수입관세율을 적용하는 단일시장을 구성한 것이다. EEU는 1억8000명의 인구와 2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경제규모(GDP)를 자랑한다. 또 전세계 석유생산량의 14.4%, 가스생산량의 20%, 석탄생산량의 6.4%를 차지하는 자원부국으로 풍부한 성장잠재력을 가졌다.

슬레프네프 유라시아경제연합(EEU)통상장관과 '한-EEU 통상·산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EEU 간 FTA가 타결될 경우 EEU의 원유·천연가스·석탄 등 풍부한 광물자원과 한국의 자동차·자동차부품·무선통신기기·합성수지 등 공산품이 거래되며 상호보완적인 구조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국가 간 철도·물류·통신망 구축사업인 ‘유라시아이니셔티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EEU와의 경제협력이 필수다. 유라시아지역은 중국이 추진하는 육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통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의 인프라 개발수요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이근화 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연구원은 “한국기업들은 일본 다음으로 러시아와의 FTA 체결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서국가들의 러시아 경제제재 및 EEU 출범으로 양자 간 FTA 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EEU와의 FTA 추진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제2의 경제도약 위한 거점 '중동'

제2의 중동붐을 통해 우리경제가 한층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동의 경제연합체인 GCC(걸프협력회의)와의 FTA도 중요하다. 국내 건설·플랜트산업의 최대 발주처임과 동시에 중동 수출에 사활을 건 산업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 등 중동지역의 6개국으로 이뤄졌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GCC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다. 중국이나 미국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개별적으로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사진=뉴시스DB

승용차의 경우 GCC에 수출하는 비중이 11.5%로 유럽연합(EU)에 파는 것과 비슷하다. 담배(39.1%)와 에어컨(30.0%)은 GCC가 최대 수출시장이다. 제조기반이 부족해 수입의존이 높은 만큼 차단기(39.6%), 철근(21.8%) 등 우리기업의 건자재품목도 많이 수출된다. 건설·플랜트시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건설·플랜트의 약 40%가 GCC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GCC와의 FTA 협상은 지난 2009년 7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몰아치며 GCC가 모든 FTA 협상을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동연구가 끝났고 협상이 3차까지 진행됐지만 GCC측에서 아직 우리나라와의 FTA에 관심을 갖지 않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계속 외교라인을 통해 협상 재개를 요청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명진호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GCC가 다른 국가와 체결한 FTA에서의 시장개방 수준을 고려할 때 한·GCC FTA 체결 시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중국·일본·EU 등 주요 경쟁국과 GCC와의 FTA 협상이 모두 중단된 상태인 만큼 한발 빠른 FTA 체결로 선점효과를 누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