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경영능력을 보여줬다.” BNK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성세환 회장을 두고 평가한 말이다.

성세환 BNK금융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지난달 17일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성 회장을 추천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공식선임절차를 거치면 연임이 확정된다. 단독후보로 오른 만큼 연임이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성 회장의 원래 임기는 오는 8월13일까지다. 하지만 이사회가 성 회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인정해 임기를 5개월 줄여 일찌감치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다.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변경, 조기에 연임을 확정한 것은 금융권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사진제공=부산은행

◆총자산 100조원… 전국구 은행 도전

성 회장이 BNK금융에서 위상을 떨친 비결은 남다른 경영능력을 한껏 발휘해서다. 그동안 BNK금융이 성장한 과정을 보면 위기 속에서 성과를 낸 사례가 많았다. 성 회장이 주도한 경남은행 인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4년 경쟁그룹인 DGB금융지주를 따돌리고 경남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경남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했다.

그룹의 위상도 한단계 높였다. 성 회장은 경남은행 인수 이후 BNK금융의 총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BNK금융의 총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10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62조9000억원)과 한국씨티은행(54조7000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의 행보도 기대된다.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로 금융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지만 성 회장은 또 다시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가 쥔 무기는 최근 금융권에서 핫이슈로 부각되는 핀테크시장 진출이다.


사실 지방은행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영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미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대형 시중은행이 시장을 장악한 데다 금융법 규정에도 일부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핀테크시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본사 위치와 무관하게 전국에서 영업이 가능하다. 또 비대면채널을 이용하면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데 상대적으로 지방은행이 유리할 수 있다.


성세환 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은행이나 경남은행이 서울에 지점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비대면채널을 통한 영업망 확장은 가능할 것”이라며 “비대면채널을 이용해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등 고객의 수익을 강화할 수 있어 신규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핀테크시장 선점을 위해 ‘BNK금융그룹 IT센터’도 건립 중이다. 오는 2018년 센터가 완공되면 8개 자회사의 전산센터가 이곳에 입주한다. IT센터에서 여러 곳에 나뉘어 있는 그룹 계열사의 전산센터를 통합 관리할 뿐만 아니라 전산체계를 표준화하고 중복되는 인력도 효율화함으로써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국내 시중은행으로선 경쟁사가 늘어나는 셈이지만 성 회장에겐 새롭게 도전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권 ‘빅딜’ 가능성도 열어뒀다. 총자산과 순이익이 꾸준히 늘었지만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우뚝 서기 위한 준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성 회장은 “좋은 기회가 있다면 (다른 금융회사 인수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BNK금융 관계자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대부분 구조조정과 지점축소 등 몸집을 줄이는 데 주력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외형을 넓히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게 (성 회장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귀띔했다.

◆행원에서 지주 회장까지… 신화 쓰다

성 회장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것은 BNK금융의 내부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CEO로서 올바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성 회장은 1979년 BNK금융의 전신인 부산은행에 평행원으로 입행해 지금의 1인자로 우뚝섰다. 36년 동안 보고 느끼며 깨우친 것이 그가 쓴 신화에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은 배경이 됐다.

사실 성 회장이 부산은행에 입행할 당시만 해도 은행은 비인기 직종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부심을 갖고 금융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초고속 승진 열차를 타는 결실로 이어졌다.

평행원에서 지역본부장과 부행장보, 부행장, BS금융 부사장, 부산은행장을 역임한 것은 BNK금융에서 성 회장이 유일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련도 있었다. 그는 입행 10년차 때 터진 IMF 외환위기가 그에게도 가장 큰 위기였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부산은행 자회사였던 부은리스의 회사청산업무를 총괄했다. 부은리스는 당시 부산은행이 지분 55%를 보유한 자회사였는데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은행까지 위기에 몰릴 상황이었다. 그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이와 관련 성 회장은 “은행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에 고군분투했던 당시를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긍정경영, 올해도 통할까


물론 올해 경제환경도 외환위기 시절 못지 않을 정도로 만만찮다. 금융환경이 특히 더 그렇다.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IT업종 등 경쟁사가 늘어난 반면 금융규제는 강화돼 새로운 수익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게다가 은행의 사회적 책임도 점점 강화되는 추세다.

성 회장이 제시한 핀테크사업 역시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선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성 회장은 여느 금융지주 CEO보다 여유롭다. 그의 말을 빌리면 비결은 긍정적 마인드다.

“소중한 고객과 지역사회를 위해, 또 사랑하는 동료와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다는 진취적인 자세와 해내고야 만다는 긍정의 힘을 발휘한다면 세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것을 굳게 믿는다.”

그가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그가 내세운 긍정경영이 앞으로 계속 통할지, 아니면 한계로 다가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프로필
▲1952년생 ▲배정고·동아대 경제학과 졸업 ▲부산은행 입행 ▲엄궁동지점장 ▲부행장 ▲BS금융지주 부사장 ▲BNK금융지주 회장·부산은행장(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