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씨가 입고 온 2010년 당시 기념복에 스티븐스 전 대사의 눈이 커졌다. /사진=박정웅 기자

지난 3일 이른 아침 서울 한강자전거길 한 모퉁이. 캐슬린 스티븐스(한국명 심은경) 전 주한 미국대사와 자전거로 맺은 인연들이 미소를 머금은 채 하나둘 모여들었다. 내한한 스티븐스 전 대사와 라이딩을 하기로 한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형형색색 복장만큼 라이딩에 참여한 30여명의 면모가 다양했다. 미국, 벨기에, 스위스 등 국적부터 나이까지, 스티븐스 전 대사와의 자전거 인연이 다양함을 두 바퀴에 모은 셈이다. 스티븐스 전 대사의 재임(2008~2011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젊은 '청춘'들이 눈에 띄었다.


이중 홍일점인 김정민씨는 "자전거를 통해 맺어진 인연은 오래 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국적, 나이, 성별, 직업 다 다른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자전거로 맺어진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말하는 자전거로 맺어진 인연은 무엇일까.


시계를 6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그를 비롯해 이번 라이딩에 참여한 구나나, 최원석, 최준훈, 최호익씨 등 5명은 2010년 청년학생으로서 '심은경 대사와 달리는 자전거길 600리'에 참여했다. 6년이 지난 시간,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된 이들이 스티븐스 전 대사와의 자전거 추억을 오롯이 간직한 셈이다.

김씨는 또 "자전거는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프랑수아 봉땅 주한 벨기에대사를 비롯한 모든 참여자들이 추모 리본을 달고 지난달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테러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추모 리본을 제작한 구나나씨. 임신 7개월째인 그는 돌이 갓 지난 첫째를 재우고 하룻밤을 꼬박 세워 추모 리본 수십 개를 제작했다 한다. 벨기에 국기를 상징하는 3색 실들을 엮은 정성이 역력했다. 어떤 이는 주변에 뜻을 더 나누겠다며 맵시 나는 추모 리본을 부러 챙기기도 했다.

구씨는 "육아에만 정신을 쏟으며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중에 뜻깊은 프로젝트를 맡았다. 아주 사소한 손놀림인데 많은 분들이 큰 의미로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이번엔 추모 리본이었지만 다음엔 기쁜 일로 오랜 자전거 인연들과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최준훈씨는 이들 모임의 연락통이다. 최씨는 "자전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분들과 상쾌한 공기를 함께 마시면서 나아가는 것이 좋다"면서 "앞으로도 자전거로 맺어진 인연을 두 바퀴로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6년 전 '그 자전거'를 타고 온 최호익씨는 "'자전거 두 바퀴가 함께 구를 때에 전진할 수 있듯 한국과 미국이 협력함으로써 함께 나아가자'던 대사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앞으로도 자전거를 통한 다양한 국제교류의 장이 만들어지고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봄비를 맞으며 도착한 어느 카페. 6년 전 추억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최원석씨가 점퍼를 벗자마자 스티븐스 전 대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최씨가 그때 그 기념복을 껴입고 나온 것이다.

소소한 웃음거리를 제공한 최씨는 "대학생으로서 스티븐스 대사님을 만났던 이들이 이제 각자의 길을 달리고 있다. 이들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될까 싶어 간직한 셔츠를 이렇게 입고 왔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