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언틱의 포켓몬 고는 IP게임의 대표적인 예다. /사진=나이언틱

모바일게임은 게임시장의 확실한 대세다. 최근 해외시장조사사이트 뉴주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게임시장 전체 규모는 99조6000억원이며 모바일게임시장 규모는 36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39%에 달한다. ‘오델로’, ‘지뢰찾기’, ‘포커’ 등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게임으로 시작한 모바일게임의 눈부신 성장이다.

모바일게임은 비교적 빠르고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지만 생명력도 짧다. 빨리 제작해 빨리 콘텐츠를 소비하고 빨리 사라지는 셈이다. 모바일게임으로 성공을 거두려면 짧은 시간동안 최대한 많은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성공을 위한 흥행카드가 필요해졌고, 게임개발사들은 ‘친숙한 IP’(지적재산권, Intelletual Property)에서 그 해법을 찾았다.

엔씨소프트의 기대작 리니지M은 PC게임 원작 리니지의 IP를 활용했다. /사진제공=엔씨소프트

◆왜 IP게임이 넘쳐날까

게임개발사들이 확실한 ‘한방’을 위해 IP를 활용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번졌던 나이언틱의 ‘포켓몬 고’, 연일 매출 신기록을 이어가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출시를 앞두고 8시간만에 100만 예약자를 돌파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과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카카오프렌즈’의 IP를 활용한 스낵게임까지 최근 출시된 게임 가운데 IP를 활용하지 않은 게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IP 활용은 게임사 입장에서 유용한 점이 많다.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활용하기 때문에 개발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익숙한 인지도로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므로 일정수준 이상의 흥행이 보장된다. 짧게 ‘치고 빠져야’하는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IP 활용은 게임개발사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재료다. 이에 게임개발사들은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새로운 IP를 만들기보다 기존의 IP를 모바일게임에 이식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물론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 흥행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40년간 영화와 게임으로 출시된 불후의 명작 ‘스타워즈’의 IP를 활용한 넷마블의 실시간 대전게임 ‘스타워즈: 포스아레나’(이하 포스아레나)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시리즈 속 반란군과 제국군 중 진영을 선택하고 원작 속 유명 캐릭터와 유닛카드를 활용해 대전을 벌이는 포스아레나는 장르 선택의 실수로 흥행에 실패했다. 이용자가 많지 않아 실시간 대결이 어려웠던 점도 흥행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 입장에서 장점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IP게임의 열풍은 계속 될 것”이라면서도 “유명한 IP가 무조건 성공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넷마블의 '스타워즈:포스아레나'는 스타워즈의 IP를 사용했음에도 흥행에 실패했다. /사진=넷마블

◆IP게임, ‘양날의 검’

게임을 즐기는 유저 입장에서도 IP게임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새로운 게임의 세계관을 익히지 않아도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이미 기존에 경험해본 스토리와 캐릭터가 등장하므로 이질감이 최소화된다. 하지만 이는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치명적인 단점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미 유저가 스토리를 알고 있으므로 굳이 게임을 끝까지 즐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는 모바일게임의 '휘발성'이 배가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없는 단점도 존재한다. 게임의 스토리가 천편일률적일 경우 유저들은 조금 더 색다른 시스템이나 자신에게 맞는 인터페이스를 선택한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플랫폼으로 하는만큼 다양한 시스템과 인터페이스를 적용하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IP게임의 범람이 모바일게임 전체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게임 유저 최모씨(32·남)는 “요즘엔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더 많이 즐긴다”며 “IP를 활용한 게임이 많아 과거에 즐기던 게임을 다시 즐기는 반가운 기분이 들면서도 너무 쉽게 질려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까지 왜곡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기존 콘텐츠의 재활용으로 인한 신규 콘텐츠의 부재가 게임산업은 물론 전체 콘텐츠산업의 다양성을 줄이는 문제도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성공적인 IP 하나를 보유하면 IP를 활용해 게임을 제작하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바나나가 품종의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해 멸종위기에 몰린 것처럼 게임산업도 다양성을 경시하면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