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을 모아 5000만원짜리 새 자동차를 샀다고 가정하자. 일주일 넘게 기다려 차를 받았는데 문이 찌그러지고 도색이 바래고 시트는 여기저기 터졌다. 화가 나 직원에게 따지니 “일단 타고 다니면 빠른 시간 안에 수리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어떤 기분이 들까.


정부가 아파트하자를 줄이기 위해 선분양제 대신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공아파트는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민간아파트의 경우 택지 우선분양 등 인센티브를 줘 후분양제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직까지는 강제시행이 아닌 만큼 큰 혼란이 없지만 여러 건설업계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후분양제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당장 공사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건설사는 아파트사업이 힘들어지고 부도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분양제 시행 시 아파트사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영세건설사는 일부에 불과한 데다 오히려 부실업체 난립을 막아 건전한 건설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현재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선분양제로 건설되는데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벽지나 장판이 뜯기고 누수, 녹슮, 타일 파손 등의 하자는 일반적인 수준이라 그대로 준공승인을 내주는 지자체가 적지 않다.


입주민 안전보다 건설사의 존립을 중요시하는 이런 안일한 태도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최근 대기업건설사가 지은 지방의 대단지아파트에서 하자가 발생했는데도 임시 사용승인이 나자 한 입주자는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이 죽어야 하자로 인정할 거냐”며 비난했다. 이 아파트는 입주 전 점검에서 콘크리트 균열 등이 발견됐음에도 입주를 강행했다.

사실 입주 일자를 지연시키는 것은 입주자에게 가장 큰 피해가 가기 때문에 시공사 입장에서도 어려운 결정이다.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면 살던 집의 전세나 월세계약이 끝난 입주예정자는 갈 곳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제대로 짓지도 않은 집에 사람을 무작정 들이는 건 옳은가. 정의당 관계자는 “집은 단순히 사는 곳 이상의 공간이고 주거생활은 미래를 꿈꾸는 소중한 권리인데 현행 선분양제에서 소비자는 품질정보를 얻지 못한 채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며 “돈을 미리 받은 건설사에는 품질향상을 위한 노력의 동기부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하자 논란을 더 키우는 건 부적절한 시공사의 대응이다. 최근 하자가 발생한 한 아파트의 시공사 직원은 항의하는 입주자를 ‘미친 강성’이라고 표현한 문서를 작성해 구설수에 올랐다. 수억원짜리 물건을 팔아놓고 고쳐달라는 고객을 ‘미쳤다’고 하는 적반하장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6호(2018년9월5~1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