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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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린 공시지가가 최저가격을 보장해 바닥을 다져줄 것이며 아파트가격이 계속 떨어져도 국가공인 가격(공시지가)이 마지노선이 될 것.”

이번 공시가격 발표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어떻게 결정할까, 감정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이뤄질까. 부동산 참여자라면 한번쯤 궁금할 만한 문제다. 정부가 토지와 단독주택,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잇따라 올려 후폭풍이 거세다. 예년 수준에 비하면 큰 폭 상승이지만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다주택자 세금 증가나 매물 증가와는 정반대로 가는 분위기다.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집을 파는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입맛에 따라 바뀌는 고무줄 공시가격이 정책 신뢰를 깨뜨리고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부동산가격을 높이며 정작 다주택자 매도나 집값 안정에는 한발도 다가가지 못한 ‘찻잔 속의 폭풍’이라고 지적한다.

아파트 공시가격, ‘국가공인 최저가’ 되나

◆공시가격 산정 기준은 ‘안알랴줌~’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사는 1주택자 김모씨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시예정가격이 인근 지인의 아파트보다 3000만원이나 높게 나와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실거래가는 김씨 아파트가 5억9600만원, 지인의 아파트가 8억2000만원인데 공시가격은 반대로 나온 것이다. 김씨는 “실거래가가 2억원 넘게 싼 아파트를 가졌는데 재산세는 10만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주택 공시가격제도는 고가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의 가격 현실화를 위해 노무현정부 때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 역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들쑥날쑥하다는 비판이 줄곧 제기됐다. 문재인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한 이유도 부동산 실거래가와 세금을 매기는 공시가격간 차이가 커 자산가의 세금회피 등 형평성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시가격 발표 결과 아파트별 최대 20~30% 시세반영률 차이가 발생했는데도 국토교통부 측은 “구체적인 산정방식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절대다수 국민의 세금기준인 공시가격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공식인정한 공시가격이 부동산시장에서는 하한선 역할을 해 오히려 최저가격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평한 공시가격을 결정하려면 전국의 모든 지역, 모든 부동산의 시세반영률이 100%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 감정평가에서는 아무리 정밀한 기준을 적용해도 주관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집들이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에 비해 정원이나 개인 수영장, 고가 자재 등이 있는 단독주택일 경우 더욱 천차만별이다. 이를테면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 1위를 기록한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은 271억원이지만 실제 거래될 가능성이 낮으므로 시세를 알기가 힘들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 대상 주변의 실거래가를 보면 얼토당토않은 가격이 있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있어서 공인중개사 인터뷰, 임대료 분석, 원가 분석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해 가격을 결정한다”면서 “이 회장 자택 같은 수백억대 단독주택은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반면 인근 수십억대 매매는 비교적 많다. 그렇다고 수십억원짜리를 이 회장 자택의 공시가격에 적용하면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표준지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 단독주택‧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결정한다. 올 초 표준지 공시지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놓고는 국토부가 직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시장교란’이라는 논란도 일었다.


감정평가업계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낮아졌다가 이번 정부 들어 높아진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면서 “정치권력에 따라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는 공시가격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해야 하고 감정평가사의 조사권한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여전히 낮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문재인정부 집권 이후 2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38% 급등했지만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68%를 유지했다. 오히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2005년의 75%에서 후퇴한 수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8%라는 것도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주택자들 꽁꽁 숨었네

이런 논란에도 이번 공시가격 사태가 실제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필명 빠숑)은 “주택 공시가격이 막 도입되고 부동산거품이 심하던 2006년에는 상승률이 지금보다 높았지만 시장에는 일시적인 영향만 줬을 뿐 대출규제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을 두고 정부는 ‘고가부동산’을 타깃으로 한 ‘핀셋규제’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매물은 늘지 않고 증여만 늘어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 5.2%, 서울 14.17%를 기록한 가운데 시세 12억원(공시가격 9억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18.2%에 달했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재산세는 서울 2주택자 기준 전년도 납부액의 200%, 3주택자 300%까지 늘어난다.

문제는 거래가 얼어붙고 세금을 줄이기 위한 ‘증여 절세’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조사 결과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매매는 ▲10월 1만102건 ▲11월 3533건 ▲12월 2282건 ▲1월 1870건 ▲2월 1589건을 기록했다. 3월 매매거래량은 14일 신고 기준 720건에 그쳐 2006년 조사 이래 최저수준이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이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말 대비 올 초 아파트매매는 6.8% 감소한 반면 증여는 1.1% 늘어났다. 서울은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져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매매는 20.6% 감소하고 증여는 25.4% 급증했다.

양 소장은 “아파트거래에서 증여 비중이 높은 곳은 영등포, 송파, 마포, 은평, 용산 등 집값이 많이 오르고 주로 부자들이 사는 동네”라면서 “공시가격 인상과 주택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양도소득세 중과 등이 이유”라고 진단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5호(2019년 3월26일~4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