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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던 롯데와 지역민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던 향토기업 롯데는 화학사업 생산거점에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지만 제조업 불황과 부동산경기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미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목적으로 롯데 측이 추진한 사업규모의 축소와 설계변경 등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더구나 시 소유의 역세권 땅을 싼값에 인수해놓고 수익성을 핑계로 투자 약속을 번복하는 것은 소위 ‘먹튀’라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 롯데건설 본사. /사진=뉴스1 DB |
◆관광사업 포기 후 아파트?
장윤호 더불어민주당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등은 지난 5월15일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가 향토기업으로 온갖 특혜를 받아놓고 정작 지역발전보다 돈벌이만 급급해 개발사업을 좌초시킨 데 대해 시민들은 분노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2015년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건립에 2520억원을 투자하기로 협약하고 울산광역시로부터 부지를 인수했다. 울산역 앞 7만5480㎡에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의 환승센터와 쇼핑몰, 아웃렛, 영화관 등이 있는 복합몰을 짓는 사업이다. 롯데쇼핑과 울산시, 울산도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약을 체결하고 2016년 2월 출자회사 롯데울산개발을 설립했다. 하지만 제조업 침체로 부동산이 폭락하자 사업을 미루다가 돌연 착공을 취소했다. 시공은 롯데건설이 맡을 예정이었다.
롯데건설은 또 울산 북구 강동해안의 정자동 일대에 리조트사업을 추진하다가 현재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2006년 10월 31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리조트를 개발하기로 했으나 시행사가 사업을 철수하고 공사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공정률 37%에서 공사가 멈췄다. 공사장은 십수년간 지역 흉물로 방치돼 울산 정치인들까지 나서 롯데 측 경영진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논의는 한발도 진전되지 못했다.
울산 시민들은 당초 롯데의 개발사업이 성공하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했다. 롯데는 울산역 개발을 주상복합아파트로, 리조트를 레지던스로 각각 사업계획을 변경해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울산역 아웃렛을 취소하고 쇼핑몰 규모를 원래 계획보다 3분의1 축소해 주상복합아파트를 짓는 안을 울산시에 제시했다. 리조트사업도 이전 계획보다 축소돼 높이는 29층에서 13층, 객실수도 598실에서 294실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롯데 측은 지금 상태로는 수요를 전혀 기대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울산 경기가 좋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면서 “접근성 등을 따져봐도 관광사업의 수익성이 없고 시행사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정치논리로 보면 상생이나 지역경제 활성화가 중요하지만 자선사업가가 아닌 기업의 입장에서 손해 보는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오죽하면 이렇게 욕을 얻어먹으면서 공사까지 중단시켰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접근성 문제는 당초 사업지 선정과정에서 예측 가능했던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사업지를 인수한 후 태도를 바꾼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울산 역세권에 800세대 주상복합아파트를 건설할 경우 약 500억원 이상의 수익이 예상된다. 리조트를 짓기로 했던 강동해안 부지는 지난 10년간 공시지가가 13배 뛰었다.
울산 시민 C씨는 “롯데가 울산을 이용해 이익만 챙기고 수익성을 핑계로 구차하게 변명만 한다는 불만이 넘친다”면서 “공공목적의 도시개발을 위해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로 사업지를 지원받은 것은 얌체 같은 행태”라고 꼬집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사업의 경우 사업비가 덜 드는 건 아니라도 시공사로서는 가장 손쉬운 공사”라면서 “관광시설은 고용창출 효과가 높고 주변 부동산시장에 호재가 되지만 아파트는 반대로 공급만 늘려 지역민들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건설이 개발 예정인 울산 강동해안. /사진=뉴스1 DB |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고향
울산 시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다른 이유는 울산이 롯데의 향토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은 고향이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다. 신 명예회장은 1971년 마을 이름을 딴 주민모임 ‘둔기회’를 만들었고 사재 240억원을 출연한 롯데장학재단이 2011년 울산과학관을 건립해 교육청에 기증했다. 롯데는 울산에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BP화학 공장을 뒀다.
롯데가 울산역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당시만 해도 리조트사업 역시 재개 가능성이 높았다. 리조트사업은 2007년 착공해 2009년 시행사 부도, 2010년 시행사 교체, 2015년 규모를 축소한 리조트 건설계획을 유지하다가 2016년 공사를 재개했다. 시행사의 차환이 지속적으로 이뤄짐에도 공사가 올스톱된 것은 신 명예회장의 성년후견인 선임 재판과 두 아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SDJ 회장의 경영권분쟁이 본격화된 배경과 연관이 있어보인다. 투자사업 철회가 신 명예회장의 영향력 축소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이번 사업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 2017년에는 사업부지 매각까지 검토했지만 리조트의 경우 사업기간을 2021년으로 연장한 상태다.
롯데의 의지대로 설계변경이 불가피해보이는 만큼 지역민들의 불만도 쉽게 사그라지기 힘들 전망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신동빈 회장을 직접 만나 사업 재변경 요청을 시도하고 송병기 경제부시장도 롯데건설 경영진과 간담회를 추진할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지금까지 용적률 조정 등을 검토하기로 협의한 것 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4호(2019년 5월28일~6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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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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