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더힐. /사진=김창성 기자
한남더힐. /사진=김창성 기자
[‘영리치’가 온다-중] 1년 새 ‘30대 집주인’ 증가율 1위

20~30대 ‘영리치’(Young Rich)가 부동산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민들이 평생 가져보지도 못할 고가의 주택을 손쉽게 매입하는 이들을 겨냥한 특화 주거 상품도 등장했다. 그동안 2030세대는 부동산시장의 변방이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됐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자금 여력이 부족한 연령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들이 어떻게 부동산시장의 큰손이 되고 있을까.

◆영리치, 어느 별에서 왔니?


최근 부동산시장에서 ‘고급 아파트’, ‘고급 오피스텔’, ‘고급 레지던스’ 등 호화 부동산의 인기가 남다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전용면적 244㎡는 지난해 81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보인데 이어 올 1월엔 84억원에 팔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아파트는 전체적인 거래도 꾸준하다. 올들어 8월 말까지 총 71건이 사고팔리며 1000가구를 넘지 않는 서울시내 단지 중 가장 활발한 거래 양상을 보였다.

신규분양시장에서도 고급 부동산의 흥행은 돋보인다. 지난해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선보였던 ‘더라움 펜트하우스’는 10억원이 넘는 값비싼 오피스텔로, 3개월 만에 모든 물량이 계약됐다. 올 6월 마포에서 공급된 ‘마포 리버뷰 나루하우스’ 역시 2개월 만에 계약이 완료됐다.


업계에선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요인으로 ‘영리치’의 증가를 꼽는다. 예전 같으면 40대 이상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통했지만 최근에는 20~30대가 고가 부동산을 사들이는 주요 고객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매입 대상인 고가 부동산에 대해 전혀 가격 부담을 느끼지 않는 영리치들은 아이돌가수나 배우, 성공한 벤처사업가 등이 주를 이룬다. 세계적인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 멤버 진(본명 김석진·26)은 지난해 한남더힐 전용면적 57㎡ 한채를 18억7000만원에 매입한 뒤 1년여 만에 되팔고 233㎡를 44억원에 사들였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37)와 김태희(39) 부부도 2017년 한남더힐을 각각 한채씩 매입했다. 당시 비는 한남더힐 231㎡를 33억원의 전세를 끼고 샀으며 김태희는 다른 동의 같은 면적 한채를 42억3000만원에 매입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본명 이지은·26)는 지난해 경기도 양평군의 2층짜리 주택(연면적 194㎡)과 토지(대지면적 562㎡)를 22억원에 샀다. 같은 해 11월에는 추가로 주변 땅 6필지(대지면적 1524㎡)를 8억원에 사들였다. 앞선 2월에도 경기 과천시 빌딩(대지면적 692㎡, 연면적 827㎡)을 46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남의 고급주택을 현금으로 산 젊은 사업가도 있다. 스타트업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남대광(34) 대표는 지난해 10월 현금 62억원을 주고 삼성동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택 바로 앞에 위치한 주택(대지면적 288.8㎡, 연면적 323.78㎡)을 구입했다.

건물 척척 사는 2030… 큰손이 된 ‘영리치’
◆거침없는 20~30대의 부동산 구입

아이돌이나 배우, 성공한 젊은 사업가 외에도 증여를 통해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도 있다. 자산가가 미성년자인 어린 자녀에게 현금을 지원해 고가 부동산을 매입토록 하거나 부동산 자체를 물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수성가가 아니라 자연스런 ‘부의 대물림’인 것이다.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 주택분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만 20세 미만 미성년자가 전국적으로 66명이며 이 중 35명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라고 밝혔다. 서울시내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하는 미성년자는 모두 46명으로, 이 가운데 강남4구의 비율은 76.1%에 달한다.

올 1월 발표된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종부세를 낸 39세 이하의 납세자 수는 2만3356명이다. 이는 전년대비 27.9%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전체 종부세 납부인원 증가율(18.4%)을 상회한다.

특히 30대의 기세가 거침없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주택소유통계’(2018년 11월1일 기준) 결과에 따르면 1년 전보다 소유 주택수가 늘어난 이는 총 124만여명으로, 이 중 30세 미만은 7.4%(9만2000명)에 그쳤지만 30~39세 비중은 27.1%(33만7000명)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이제 막 성인이 됐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최대 10년 남짓한 이들은 과연 어떻게 고가의 부동산을 막힘없이 사들이는 큰손으로 떠올랐을까.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금융센터 지점장은 “자수성가나 부모의 도움을 받는 영리치 모두가 소득·보유자산 수준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은 데다 매입 가격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아 고급 부동산을 사들이는 데 걸림돌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아파트 거래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기타 신용대출까지 끌어오지만 강남이나 용산 등에서 고가의 아파트를 매입할 때 대출보다 자기자본비율이 절반을 크게 웃도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0호(2019년 11월26일~12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