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9년 12월. 서울 소공동에 ‘롯데쇼핑센터’가 문을 열었다. 영업 첫해인 1980년 454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단숨에 동종업계 1위에 올랐다. 1983년 누적 방문 고객수 1억명을 돌파했다. 1991년엔 유통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 롯데는 이후 소비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오프라인 점포를 선보였다. 2005년 해외패션 전문관인 ‘에비뉴엘’ 개점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도심형 아울렛인 롯데아울렛을 선보였다.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다. 1998년 4월 롯데쇼핑 할인점 1호점인 마그넷(현 롯데마트) 강변점을, 2001년 롯데레몬(현 롯데슈퍼) 1호점을 오픈하며 슈퍼마켓사업에도 진출했다.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 1위인 롯데도 위기에 빠졌다. 한때 유통업의 꽃이던 오프라인 매장들은 비용을 잡아먹는 구조조정 1순위기 됐다. 하지만 그냥 도태될 순 없다. 살아남기 위한 롯데의 몸부림이 시작됐다. 칼을 빼 든 이는 롯데그룹 유통BU(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강희태 부회장이다. 

◆지난해 어닝쇼크… 1분기도 ‘먹구름’ 

지난해 롯데쇼핑의 연간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279억원으로 전년대비 28.3% 감소했고 매출도 17조6328억원으로 1.1%줄었다. 당기순손실은 무려 8535억원으로 적자폭은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할인점과 슈퍼의 부진 영향이 가장 컸다. 할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 248억원으로 적자전환했으며 슈퍼는 10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롭스, 온라인 등 기타 부문의 손실도 1930억원에 이르렀다.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은 쇼핑 트렌드 변화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인 백화점과 마트를 찾던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발을 돌리기 시작한 것.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 2017년 94조1877억원에서 지난해 134조5830억원으로 커졌다. 

자연히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이들이 줄었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가 하나 둘 늘어났다. 여기에 노 재팬, 코로나19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일부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휴업하기에 이르렀고,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올 1분기 실적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는 결국 ‘구조조정’ 카드를 빼들었다. 강 부회장이 선봉에 나서 오프라인 매장의 약 30%에 달하는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이 점포 문을 닫는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 


강 부회장이 내놓은 이번 구조조정의 핵심은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을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수익을 개선하겠다는 게 골자.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700여개 점포 중 200여개 비효율 점포를 3년 내 정리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총 330만㎡(약 100만평)의 오프라인 공간을 ‘리셋’하고 업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강 부회장은 “자산을 경량화해 영업손실 규모를 축소하고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사업부 간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것이 목표”라며 “오프라인 매장 공간, 구매 노하우, 고객 데이터 등 롯데쇼핑이 보유한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 ‘유통회사’에서 고객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 신임… 구조조정 미션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유통 핵심 수장들을 대거 교체하면서 강 부회장에게 롯데그룹 유통BU장을 맡긴 데에는 ‘점포 구조조정’을 해결하라는 미션이 깔려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1959년생인 강 부회장은 입사 이후 대부분의 경력을 롯데백화점에서만 쌓은 오리지널 롯데맨으로 오프라인 유통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로 뽑힌다. 2007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장과 소공점(본점)장을, 2011년엔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201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 2014년부터 롯데백화점 중국사업부문장을 3년간 이끈 중국통으로도 꼽힌다. 

무엇보다 신 회장이 강 부회장을 신임하는 데는 실적이 주요했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롯데백화점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다소 부진했지만 3분기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되면서 반등했다. 그 결과 지난해 백화점만 유일하게 전년보다 22.3% 증가한 5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강 부회장이 어려운 업계 현황 속에서도 백화점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았고 신 회장의 큰 구조조정 미션을 해결하게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노조 리스크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물론 풀어야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노조 리스크’를 털어야 한다. 롯데쇼핑은 점포를 줄이는 것일 뿐 정리해고와 같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지만 명예퇴직과 자연 감소로 인한 인력 감축은 불가피할 전망.

마트산업노동조합 롯데마트지부도 최근 입장문을 내고 “재벌의 경영실패 책임전가로 노동자 수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며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안 중단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면 투쟁에도 나설 방침이다.

‘잃어버린 5년’도 되찾아야한다. 롯데는 2014년부터 검찰의 경영비리 수사, 경영권 분쟁,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재판, 중국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후폭풍 등 연이은 악재를 겪으면서 변화하는 쇼핑 트렌드 대응에 실패했다. 이 기간 온라인 이커머스업체들이 급성장했고 오프라인 전통강자 롯데는 온라인 대응에 발빠르지 못했다. 큰 덩치는 오히려 과감한 변화를 가로막았다. 

어찌됐건 자타공인 유통 1위 롯데의 변화는 시작됐다. 강 부회장으로서도 승부수를 던졌다. 롯데에게는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 그가 던진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로필
▲1959년 서울 ▲경희대 ▲롯데백화점 잠실점장 ▲롯데백화점 본점장 ▲롯데백화점 영남지역장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롯데백화점 차이나사업부문장 ▲롯데쇼핑 대표

☞ 본 기사는 <머니S> 제633호(2020년 2월25일~3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