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25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손소독제를 고르고 있다./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자 감염 경로 차단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면거래 시 지폐나 신용카드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얼마 전 중국 인민은행이 코로나19 집중 발병지의 화폐를 수거해 폐기하거나 소독하고 화폐의 지역 이동을 차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은행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지폐를 소독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폐보다 카드가 전염 위험 더 높다?
전문가들은 지폐보다는 카드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한다. 섬유나 지폐 등 미세한 구멍이 많은 표면보다 신용카드나 동전같이 딱딱한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더 오래 생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 대학병원 산하 뉴욕장로병원의 임상 미생물학자인 수전 휘티어 박사는 “지폐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효과적인 전파 매개체는 아니지만 카드는 그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크다”고 설명했다.


휘티어 박사는 “누군가 기침을 하고 자신의 신용 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계산대 너머로 건네준다면,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폐 소독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 랭커스터대학 바이러스 전문가 무함마드 무니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오염된 물체를 통해 확산되기는 하지만 지폐에 있는 바이러스 생존 지속기간은 확실하지 않다"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금이나 카드 결제를 통한 감염이 우려된다면 디지털 결제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현금‧카드 통한 감염이 우려된다면 ‘디지털 결제’
화폐를 통한 감염 우려가 높아지자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화폐취급업무 수행 시 유의사항 안내'를 각 지역본부에 배포했다. 화폐 발행·수납·교환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거나 감염 대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기관 수납 화폐의 경우 바이러스 생존 기간이 최대 9일인 점을 감안해 최소 2주간 금고 내에서 보관 후 정사 처리해달라고 언급했다. 정사 작업은 환수된 화폐 중에서 위·변조화폐, 손상화폐를 선별하는 화폐정리 업무를 말한다.


한은 관계자는 "정사 완료된 지폐는 자동포장 과정에서 15℃ 고열에 2~3초가량 노출되는 데다 포장 직후 포장지 내부온도가 42℃ 정도에 달해 살균처리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가급적 제조화폐와 정사처리가 완료된 지폐를 지급하고, 오염화폐는 폐기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화폐를 교환할 때도 전량 제조화폐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담당직원은 업무수행 시 마스크와 장갑을 필수로 착용하며, 향후 낱장용 살균기가 보급되면 최대한 소독처리해서 수납하라고 지시했다.


화폐교환창구를 방문하는 고객은 반드시 열 체크 카메라 등을 통과해야 하고, 손 소독을 철저히 하도록 안내하기로 했다. 이외에 화폐교환창구, 발권창구, 금고, 화폐정사실 등에 대한 소독을 주단위로 강화할 계획이다.

카드의 경우 개인의 위생 관리가 요구된다. 중앙은행 및 시중은행과 시장을 돌고 도는 화폐와는 달리 카드는 카드사가 이미 발급된 카드의 표면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면거래 시 카드를 꺼내 두는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카드 위생에 신경 쓰는 방법이 현실적이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최고의 예방법은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함마드 무니르는 “바이러스는 문 손잡이, 의자 팔걸이 등으로도 옮을 수 있다"며 "손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전파를 막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래도 현금이나 카드 결제를 통한 감염이 우려된다면 디지털 결제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휘티어 박사는 “오염된 표면과의 접촉을 줄이면,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