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정모씨(40)는 이달부터 ‘오는 4월 보험료 인상’ 전 보험을 선판매하는 절판마케팅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고객들이 미팅을 줄줄이 취소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기존 고객들조차 ‘절판마케팅 사기 아니냐’라며 정씨를 다그쳤다. 정씨는 “이달에 높은 실적을 기대했는데 예전보다도 못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통상적으로 매년 4월은 예정이율 조정 시기라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2~3월은 절판마케팅 영업이 피크에 달하는 시기다.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서 소위 ‘대목 시즌’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설계사들 입가에 미소를 찾을 수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영업이 ‘뚝’ 끊긴 것과 함께 절판마케팅에 대한 고객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탓’ 대목 날렸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컨퍼런스 콜에서 4월 예정이율 인하를 예고했다. 삼성생명 측은 “일부 상품의 예정이율은 2월부터 낮췄고 주력 종신보험 상품의 예정이율은 4월1일부터 일괄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하 폭은 25bp다. 통상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25bp 낮추면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5~10% 오른다. 생보업계 ‘맏형’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저금리 탓에 고전 중인 다른 생보사도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예정이율을 줄줄이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가 예정이율 조정 검토에 나선 것은 보험료를 올리기 위해서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가지고 운용해 낼 수 있는 예상수익률이다. 보험사는 이 예상수익률만큼 보험료를 할인해준다. 예정이율 조정은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 단, 1·4·10월에 상품개정이 많이 이뤄지는 만큼 해당 월에 예정이율 조정도 진행되는 편이다. 즉 설계사들이 예정이율 조정 직전 월에 보험료 조정, 혹은 상품 개정 등을 이유로 절판마케팅에 나선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3월에는 치매보험 판매량이 급증했다. 2019년 4월 치매보험 보장내용이 축소된다는 이유에서 직전 달, 설계사들이 적극적인 절판마케팅을 펼쳤다. 또한 종신보험 보장 축소, 보험료 인상 등을 이유로 설계사들은 꾸준히 절판마케팅에 나서왔다. 이 시기 평소보다 많게는 3배까지도 실적이 뛴다는 것이 설계사들의 이야기다. 


이에 코로나19 여파로 설계사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2~3월은 4월 보험료 인상 전 더 적극적으로 절판마케팅에 나서야 하는 시기다. 보험사들은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설계사들에게 대면영업 자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실적이 곧 돈’인 설계사들은 코로나19의 무서움보다 실적 하락이 더 두렵다. A보험설계사는 “지난달 말부터 잡아놓은 미팅이 12건이나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며 “전화나 문자로 영업을 진행하지만 한계가 있다. 저희들은 대면영업에 최적화된 사람들 아니냐. 답답할 뿐”이라고 밝혔다.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들은 이 시기 상품권 등 더 많은 사은품을 내걸고 고객 유치에 나서라며 일선 설계사들에게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객 얼굴을 구경하기 힘들다보니 이 방법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부정적 이미지, 누가 만들었나


‘절판마케팅’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쌓이는 점도 문제다. 절판마케팅은 보험료 인상이나 상품 보장내용 축소 등 변경내용이 있기 전 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챙기라는 취지로 생겼다. B보험설계사는 “보험은 상품이 개정돼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고 이후 시기에 나온 상품부터 적용된다”며 “혜택이 줄기 전에 미리 가입을 권하는 절판마케팅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잘만 가입하면 가입자는 이득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설계사들의 무리한 실적 욕심으로 인한 불완전판매가 늘어나며 절판마케팅도 ‘혹시 사기 아닌가’라는 부정적 인식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중소형 생보사 소속설계사는 내년 1월 예정이율이 인하된다며 절판마케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생보사는 1월에 예정이율 인하 계획이 없었다. 이는 설계사들이 허위 절판마케팅에 나선 사례였다.

보험사 잘못도 크다. 보험 텔레마케팅(TM)도 적극적인 절판마케팅에 나서는 채널 중 하나다. 상담원들은 이달까지 보험에 가입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고객에 전화를 돌린다. 하지만 다음달이 돼도 똑같은 멘트로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보험료가 오르지 않더라도 마치 절판마케팅을 하듯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실적 올리기에 나서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지난 수년간 보험사에 절판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권고해 왔다. 실제로 특정 보험사에 강력한 제재도 몇차례 내려졌다. 하지만 설계사들 입장에서 절판마케팅 영업은 단기간에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사라지기 어렵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설계사들이 실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매달 절판마케팅을 실시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보험사도 설계사, 텔레마케터들이 허위 절판마케팅을 벌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적을 이유로 묵인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입자들의 주의도 필요하다. 판매사들이 너도 나도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식으로 위기감을 조성할 경우 계약자들은 제대로 된 상품설명 없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은 이후 보험료 부담에 상품을 해지하고 환급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보험사에 민원을 넣는다. 보험소비자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보장인지, 상품 구성에 문제가 없는 지 잘 확인하고 가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