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심가에서 일부 행인들이 한산한 명동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안경달 기자

#. 오토바이 한대가 쏜살같이 옆을 스쳐갔다.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는 기자의 따가운 눈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동 중심로 한복판을 빠른 속력으로 가로질렀다. 서울 명동 중심가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오토바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낳은 명동의 오후 풍경이다.

목요일인 5일 오후 2시. 일반적이면 관광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막 붐비기 시작할 시간대지만, 막상 기자가 밟은 명동 거리는 한산하기만 했다. 거리에는 근처에서 볼일을 본 뒤 일터로 돌아가는 직장인들이 돌아다닐 뿐 관광을 목적으로 다니는 이들을 찾기 어려웠다.


◆"2~3주 전부터 사람이 확 줄었어요"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명동예술극장 앞 거리에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서 있다. /사진=안경달 기자
과장을 약간 보태면 외국인 관광객보다 '예수님을 믿으라'라고 외치는 어르신들을 더 많이 마주쳤다.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한 관광통역안내사는 "보통 오후 4시를 전후해 노점상 분들이 나오시면서 거리가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붐비곤 했다. 2~3주 전부터는 사람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명동은 활력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거리를 따라 줄지어 선 화장품 가게에서는 점원들이 나와 얼굴 팩과 핸드크림을 지나가는 이들에게 권했다. 하지만 다니는 사람들이 워낙 적다보니 추운 날씨와 겹쳐 가게 앞에 묵묵히 서 있는 점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점원들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까지 착용한 탓에 가게 앞에서 거리를 바라보는 점원들의 모습에서 다소 냉랭함까지 느껴졌다.


◆"관광객 10분의 1까지 줄어… 매출도 평소의 10% 수준"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시민들이 한산한 명동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안경달 기자
코로나19는 명동 상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명동 중심가의 한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점원은 "한창 잘됐을 때는 주중 주말 가릴 것 없이 오후 시간에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제는 사람이 많아봐야 예전의 아침시간 수준"이라며 "한국인은 그대로인데 외국인들은 확실히 줄어들었다"라고 귀띔했다. 인터뷰를 위해 5분가량 점원을 붙잡고 있었지만 가게 앞을 오가는 관광객은 없다시피 했다.

명동에서 유명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A씨는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객의 80~90%를 차지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관광객들이 10분의 1까지 줄어들었다"며 "관광객들이 없어지니 매출도 평소의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본사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라고 호소했다.


또 "고객들이 줄어드니 코로나19에 더 예민해졌다. 마스크를 안쓰고 오는 고객들은 입장을 막은 적이 있는데 일부 고객들은 '왜 막는거냐'라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더라"라면서 안전불감증을 아쉬워 했다.

◆"망한다 힘들다만 반복, 인터뷰 이제 안해요"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디저트 매장의 문이 닫혀 있다. /사진=안경달 기자
줄어든 관광객에 한숨이 나오는 건 매장뿐만이 아니다. 명동 초입의 한식당에서 일하는 B씨는 하루종일 앉아 창밖을 보는게 일상이 됐다고 한다. 그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명동 어느 가게든 사람이 없으니 책상에 앉아 창밖을 보거나 서로 대화만 나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쪽 가게들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을 표했다.

B씨가 일하는 가게의 사장과도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오늘만 3~4번을 인터뷰했다. 자꾸 '망한다', '힘들다' 같은 이야기만 하게 된다. 그만하고 싶다"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명동 거리 일부 매장들은 이미 임시 휴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찾아간 음료 가게도 이날 별다른 안내 없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휑한 명동 거리, 매장 신제품을 홍보하는 작은 현수막이 속절없이 나부꼈다. 코로나19에 휘청이는 대한민국 최대상권 '명동'의 모습이다. 

※코로나19 의심 증상 발생시에는 ‘국번없이 1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