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놓고 의심을 받는 대상이 늘어나고 있다. 경찰, 청와대, 여성단체, 검찰에 이어 여당 3선 중진인 현역 국회의원까지 포함된 상황이다.

이들 모두 박 전 시장 피소 유출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다만 수사당국이 의심선상에 여전히 놓인 상황이어서 진상규명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여성계 대모' 남인순, 유출 의혹 "몰랐다" 일축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전 보좌관인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로부터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사전 인지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남 최고위원은 전날 민주당 최고위 공개 발언에서 "박 전 시장에 대한 피소 사실을 몰랐다. (제가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상황을 알려줬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추측성 보도는 앞으로 삼가줄 것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남 최고위원은 인천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과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을 지낸 '여성계 대모'로 통한다.

임 특보는 박 전 시장이 활동했던 희망제작소 출신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총무를 거쳤고, 서울시 젠더특보로 일하기 전 남 최고위원(3선)의 초·재선 시절 보좌관을 지냈다.


이 때문에 남 최고위원이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해 박 전 시장에게 전했던 임 특보와 연결고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된 바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이학영 의원, 남인순 의원이 10일이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운구차를 기다리고 있다. 박 시장은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 여에 걸친 수색 끝에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20.7.1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靑도, 경찰도, 서울시 관계자도 "우린 아냐"

앞서 경찰과 청와대, 서울시 관계자 등도 의심선상에 올랐다.

지난 20일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권영세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공한 타임라인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30분쯤 피해자 측이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오후 5시30분까지 서울시경찰청장 여성청소년팀장의 보고를 거쳐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임 특보는 오후 9시30분쯤 박 전 시장, 서울시 변호사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늘 하던 현안 회의"라며 당시 피소사실을 알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비교적 늦은 시간 소집된 대책회의는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고한석 전 서울시 비서실장이 박 전 시장이 사망하던 날이었던 9일 이른 아침 임 특보로부터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전해들은 정황도 나오고 있다.

고 전 실장은 언론에 "박 시장이 고소장의 구체적 내용이나 고소장이 접수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9일 오전 9시 고 전 실장이 박 전 시장과 공관에서 회의를 하고 같은 날 오후 1시39분쯤 마지막으로 통화를 하는 등 다소 긴박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피소 사실이 적어도 9일 오전에는 서울시 정무라인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경찰이나 청와대 등에서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이 새어나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 오후 6시 이전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에 서울시 관계자들이 풍문에 대해 구체적인 피소 사실을 물어봤을 경우 답을 했을 상황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과 청와대, 서울시 관계자 등은 유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인사청문회에서 "현재까지 모든 정황을 종합한 결과 경찰에서 피소 사실이 유출된 정황은 없다"면서도 "경찰이 피소사실을 유출했다면 마땅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 박원순 전 시장이 9일 새벽 청와대 통보로 피소 사실을 알게 됐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회원들이 15일 오전 대검찰청 앞에서 ‘청와대·경찰 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고소 사실을 유출한 청와대 관계자 및 경찰을 공무상비밀누설죄, 증거인멸교사죄 등으로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2020.7.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검찰도 뒤늦게 의심선상 올랐지만 선긋기…여성단체도 대상

검찰은 경찰과 청와대, 서울시 관계자 등보다 앞서 피소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은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내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에 면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고소사실을 상급 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체 없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박 전 시장 피소사실을 유출 의혹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피소사실 유출 의혹이 불거지자 대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이 면담 내용을 상위기관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여성단체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임 특보가 확인한 박 전 시장 피소 관련 첩보는 피해자가 접촉했던 여성단체나 관계자를 통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임 특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총무 등을 지내며 여성계에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22일 오전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 제2차 기자회견 등에 따르면 피해자 전직비서 A씨는 5월12일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고소 건을 한 달 정도 고민했다. 이 시기 여성계나 주변 단체를 통해 소문이 퍼져 임 특보에게 닿았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김 변호사는 지난 21일 '여성단체를 통해 임 특보에게 피소 사실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답했다.

고한석 서울시 비서실장이 10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인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2020.7.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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