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윤수희 기자 = 15년만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시킨 '검언유착' 수사가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 권고에 이어 초유의 검사 육탄전까지 벌어지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사태에 대해 한동훈 검사장은 "일방 폭행",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집행 방해"를 주장하며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언유착 수사가 답보에 빠지며 수사팀이 평정심을 잃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29일 법무연수원에서 무슨일 있었나…한동훈, 정진웅 정반대 주장
30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정 부장검사를 포함한 형사1부 소속 검사들은 29일 오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 카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정 부장검사간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의 허락 하에 변호인에게 전화를 하러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었는데 정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몸 위에 올라타 한 검사장의 몸을 소파 아래로 넘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얼굴을 눌렀다"며 일방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중앙지검은 "정상적으로 통화하는 상황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거나 삭제하려고 시도하는 정황이 있어서 제지를 한 것"이라며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물리적으로 저항을 해 (정 부장검사가) 다쳐 병원 진료 중"이라고 반박했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가 치료 중이라는 검찰 측 발표에 "거짓 주장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수사관, 직원들이 목격했다"며 서울고등검찰청에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하고 감찰도 요청했다.
정 부장검사는 오후 7시쯤 압수수색을 방해하는 한 검사장의 행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접촉이 있긴 했지만 폭행한 것은 아니라면서 한 검사장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치료 중인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한 검사장은 오후 9시쯤 "압수수색 대상물은 휴대폰이 아니라 유심칩이었고, 한 검사장은 이미 유심칩이 끼워져 있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상태였다"며 "이 상태에서 정 부장검사 허가를 받고 변호인에게 통화를 하려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데 갑자기 정 부장검사가 ''잠금해제를 페이스 아이디로 열어야지, 왜 비밀번호를 입력하느냐'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며 일방적으로 한 검사장을 폭행했다"고 재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가 성립되고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도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사팀은 지난 24일 열린 심의위에서 기존에 알려진 사실외에 새로운 증거를 추가로 제시하지 않으며 현안위원들 설득에 실패했다.
당시 현안위원들은 이 전 기자에 대한 수사계속과 공소제기에는 찬성했지만, 한 검사장에 대해선 수사 중단에 투표한 위원이 10명, 불기소를 해야 한다는 위원이 11명으로 3분의 2가 넘는 위원들이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적절치 못하다고 봤다.
게다가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24일 검찰이 지난 5월14일 채널A 관계자를 통해 제출받은 이 전 기자의 노트북 1대와 휴대전화 2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채널A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가 채널A 측 요청을 받아들여 집행을 일시 중지하고 추후 채널A 관계자를 한 호텔에서 만나 압수물을 제출받는 형식을 취했다. 이에 대해 김 판사는 "채널A 밖에서 압수수색을 집행하려면 이 전 기자에게 그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고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일명 '부산 녹취록'에서 확실한 공모혐의가 나오지 않고, 법원에서 위법수집 판단까지 받자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반드시 얻어야겠다는 생각에 평정심을 잃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외부에서는 임의제출 과정에 부장검사가 동행한 것과 한 검사장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푸는 것을 말로 제지하는 과정없이 바로 물리력으로 저지하려고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 검사장의 유심칩 확보 과정에서 육탄전이 벌어지면서 한 검사장은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압수수색의 절차적 위법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유심칩 역시 증거로 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된다.
때문에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고소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신병확보를 위해 더 강한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감찰 진행' 서울고검장 누가되나…인사에 주목
서울고검 관계자는 전날(29일) "한동훈 검사장 변호인으로부터 '고소장 및 감찰요청서(진정서)가 접수됐다"며 "서울고검은 일단 감찰사건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총장이 본 사건에 관해 보고를 받지않기로 결정된 상황이어서 서울고검이 직접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를 앞두고 김영대 서울고검장과 조상준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30일로 예정된 검찰 인사위원회가 미뤄지긴 했지만 8월중 인사가 단행될 상황에서 서울고검이 감찰을 맡게 되면서 검언유착 수사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날을 세워온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서울고검장으로 누구를 발탁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