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블랙핑크가 'K-POP 리더'라는 명성에 오점을 남겼다. /사진=블랙핑크 뮤비 캡처
걸그룹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속 장면이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휩싸였다.

블랙핑크는 지난 2일 첫 정규앨범 '디 앨범'(THE ALBUM) 타이틀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러브식 걸스' 뮤직비디오는 공개 후 나흘 만에 1억뷰를 넘겼다. 

이 뮤직비디오 속 의상이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영상 속 제니는 하트가 그려진 모자, 짧은 기장의 흰색 원피스,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허리띠, 빨간 하이힐 등을 착용한 채 앉아 있다. 간호사를 묘사하기 위한 장면인 듯 하지만 현실 속 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복장이다.

대다수 간호사들은 치마가 아닌 바지를, 하이힐이 아닌 굽 없는 단화 등을 착용한다.이 복장은 실제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에서 입는 것과 동떨어졌으며, 성적인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코로나 시국에 간호사 비하라니?

코스튬(유명인이나 캐릭터, 특정 직접을 따라 하는 분장·의상)은 특정 인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사회·문화적 파급력이 큰 대중문화 속에서 특정 직업을 성적 대상화 하는 이미지가 또다시 묘사되자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헤어 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실제와 동떨어진 간호사 복장은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고 비판했다.

논평에 따르면 “간호사는 보건의료 노동자이자 전문의료인임에도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성별에 여성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고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만 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랜 기간 투쟁해왔는데도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 해 등장시켰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들은 여전히 갑질과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며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이런 상황은 더 악화한다”고 우려했다.

네티즌들도 분노했다. 트위터 등 SNS 상에는 사흘째 간호사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멈춰 달라는 뜻의 'nurse_is_profession', 'Stop_Sexualizing_Nurses'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 중이다.

YG "성적 대상화? 독립된 예술 장르"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측은 해당 장면이 단지 노래 가사와 관련된 내용일 뿐 성적 대상화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YG는 6일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와 환자가 나오는 장면은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를 반영했다.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은 해당 장면의 편집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7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예술의 자율성과 별개로 성적 대상화가 특정 계층, 특정 직업에 대해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 날선 비판을 내놨다.

박 최고위원은 ‘특정한 의도는 없었다’는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의 입장에 대해서도 “소속사는 성적대상화 의도가 없었다고 얘기했지만 당사자인 간호사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뮤직비디오 내용이 문제가 될 만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 복장 논란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예상 못했나?

결국 YG는 논란이 된 블랙핑크 신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다. 소속사는 “조금도 특정 의도가 없었기에 오랜 시간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면서 이와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고 재차 사과문을 게재했다.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그룹 블랙핑크 신곡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속 간호사 유니폼이 나오는 장면을 삭제하기로 한 소속사 YG의 결정을 환영했다.

간협은 “글로벌 스타의 위상에 걸맞게 신속하게 영상 교체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환영한다. 블랙핑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가수로 성장하길 44만 간호사 이름으로 응원하겠다”면서 “블랙핑크의 결단이 간호사뿐만 아니라 특정 성별이나 직업을 성적 대상화 하는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케이팝에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한 복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가수 이효리 역시 3집 타이틀곡 '유고걸(U-Go-Girl)' 홍보 뮤직비디오에 간호사 복장으로 등장했다가 비판받았다. 당시 이효리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가슴골이 보이는 간호사 복장에 주사기를 든 장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항의하자 본편에서는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과거부터 대한간호협회가 꾸준히 간호사를 성적으로 그리는 방송에 항의를 보내고, 매년 핼러윈데이마다 간호사 코스튬에 대한 성적 대상화 논란이 제기됨에도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됐다. 이번 논란은 코로나19 시국 속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과 지지 속 벌어진 사태라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공개된 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1000만뷰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운 블랙핑크. 하지만 변명에 가까운 애매한 입장을 발표해 논란을 키운 소속사의 대응 탓에 케이팝 걸그룹이라는 명성에 오점을 남긴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