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세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시승했다. /사진=박찬규 기자
“삐삐삑”
차로변경 중 사고가 예견되자 자동차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운전대를 반대로 돌려 위험을 회피했다. 고속도로에서 반자율주행 시 스스로 도로의 제한속도를 인식하는가 하면 도로 흐름에 맞춰 부드럽게 운전하는 모습이 베테랑 운전사가 따로 없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만큼 최신 능동형 안전장비를 대거 탑재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얘기다.

10월13일 국내 공식 출시된 이 차는 10세대 E클래스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엔진 라인업은 ▲디젤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고성능 메르세데스-AMG 모델까지 6종이다. 그중 주력 모델인 ‘더뉴 E220d 4MATIC AMG 라인’과 ‘더뉴 E350 4MATIC AMG 라인’을 비교 시승했다.


시승은 강남 서울옥션을 출발해 포천을 왕복하는 구간에서 진행했다. E220d를 먼저 타보았으며 E350은 돌아오는 길에 체험했다.

새로운 ‘벤츠의 옷’ 입었다




신형 E클래스는 새로운 벤츠의 패밀리룩을 입었다. /사진=박찬규 기자
외관에서 가장 큰 변화를 거친 부분은 새로운 디자인의 램프와 그릴이다. 이전보다 더 먼 거리(최대 650m)를 비출 수 있는 ‘멀티빔 LED 헤드램프’는 교통상황에 따라 지능적으로 반응한다. 후면부 역시 새로운 디자인의 분할형 테일램프가 적용됐다. 트렁크 라인 안쪽까지 수평으로 뻗어 한층 날렵한 인상을 표현한다.

벤츠는 최근 고성능브랜드 ‘AMG’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실제 성능과 달리 외관을 AMG처럼 꾸민 AMG라인이 대표적이다. 보닛에 자리 잡은 2개의 파워돔 디자인과 하이 글로시 소재의 블랙 트림이 적용된 프론트 범퍼 및 시원한 디자인의 19인치/20인치 AMG 알로이 휠 등이 특징.

새로운 E클래스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아방가르드 ▲익스클루시브 ▲AMG라인 등 트림에 따라 3종으로 나뉜다. 익스클루시브 그릴은 S클래스를 연상케 하며 AMG라인은 기존 메르세데스-AMG E53 4MATIC+의 다이아몬드 그릴 디자인이 적용됐다. 구형의 그릴은 위에서 아래로 좁아지는 형태였지만 신형은 반대다.

보다 공격적으로 바뀐 디자인 특징은 실내에도 일부 반영됐다. /사진=박찬규 기자
보다 공격적으로 바뀐 디자인 특징은 실내에도 일부 반영됐다. AMG라인에 탑재된 스티어링 휠은 이전보다 두툼하며 보다 스포티한 디자인이 적용됐다. 운전대 앞·뒷면에 각각 센서 패드를 탑재해 운전자가 손을 놓는 것을 감지한다.

스티어링 휠의 각종 버튼은 스마트폰처럼 터치 방식이어서 휠을 놓지 않고도 엄지손가락만으로 여러 기능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했다.


또 다른 인테리어 요소의 핵심은 두 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 디스플레이와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버전인 ‘NTG6’가 적용된 MBUX다. 특히 E350 4MATIC AMG라인에는 국내 판매되는 메르세데스-벤츠 모델 중 최초로 MBUX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이 적용된 게 특징.

달려보니 차이 느껴져




메르세데스-벤츠 E220d 엔진룸. /사진=박찬규 기자
E220d는 조용하고 묵직했다. 디젤 엔진 특유의 느낌을 지우려 애쓴 흔적이 느껴진다. 굳이 얘기하지 않으면 디젤 모델인 것을 모르는 이가 많을 것 같다.

메르세데스-벤츠 최신 4기통 디젤 엔진인 ‘OM654’를 탑재했으며 기존 엔진 대비 배기량은 줄어든 반면 출력은 향상됐고 경량화된 디자인과 높은 효율성이 특징이다. 진동 및 정숙성 측면에서도 가솔린 엔진에 흡사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벤츠의 주장.

배기량 1995cc의 디젤엔진은 최고출력 194마력(@3800rpm)과 최대토크 40.8㎏.m(@1600~2800rpm)를 발휘한다. 이와 맞물리는 변속기는 ‘9G-TRONIC’(9단 자동변속기)으로 엔진의 힘을 빠르게 전달하면서도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다.

신형 E클래스 뒷좌석. /사진=박찬규 기자
가속페달을 콱 밟았을 때 초반 가속 느낌은 살짝 더디지만 탄력이 붙은 뒤부터는 꾸준히 속도가 높아진다. 벤츠 특유의 묵직한 가속력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7.5초가 걸린다.

전반적인 핸들링 느낌은 안정적이다. 저속이나 고속 모두 코너링 시 흔들림 없는 차체 움직임이 믿음을 준다. 차 앞부분 움직임은 이전 모델보다 한결 경쾌해졌고 정교하게 세팅된 하체와 똑똑한 사륜구동시스템이 만나 한결 다루기 쉬운 차가 됐다. 요철을 지날 때도 불필요한 충격을 적극적으로 흡수한다.

돌아오는 길에 시승한 E350은 E220d와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솔린 터보엔진 특유의 경쾌함이 특징이다. 가속 시 답답함이 사라졌다.

이 차에 탑재된 직렬 4기통 M264 가솔린 엔진의 배기량은 고작 1991cc지만 최고출력 299마력(@5800~6100rpm)과 최대토크 40.8㎏.m(@1800~5800rpm)를 뿜어낸다. 여기에 48v(볼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Q 부스트’가 적용돼 가속 시 22마력의 출력과 25.5㎏.m의 토크를 보태 시스템 합산출력은 320마력에 달한다. 배기량 3498cc의 가솔린 V6엔진이 탑재된 이전 세대 E350이 306마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주행모드도 스포츠 외에 스포츠 플러스가 있다. 이 모드에서는 그야말로 쭉쭉 가속되는 스포츠카가 따로 없다. 가솔린 터보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해 고성능-고효율을 모두 추구할 수 있었다. 변속기는 E220d와 같은 9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첨단 안전장비 대만족




신형 E클래스에는 최신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DAP)가 탑재됐다. /사진=박찬규 기자
신형 E클래스에는 최신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DAP)가 탑재됐다. 새롭게 추가된 ‘능동 속도 제한 어시스트’는 차 전방 카메라가 도로에 설치된 속도 제한 표지판을 인식해 자동 감속 혹은 가속을 통해 해당 속도에 맞게 조절하는 기능이다. ‘경로 기반 속도 조절 기능’은 내비게이션 맵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소 복잡한 구간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줌으로써 안정적으로 해당 구간을 주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다. 

앞차와의 거리나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는 기능은 기본이다. 하차 시 충돌까지 예방해주는 하차경고시스템도 갖췄다. 차에서 내릴 때 만약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물체가 감지되면 도어의 램프 컬러가 빨간색으로 바뀌며 경고음이 울린다.

E350 4MATIC AMG 라인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의 상위 버전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DAP+)가 기본 적용된다.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전방위적으로 스스로 감지해서 피하는 기능이다.

캐주얼 입은 벤츠



새로운 E클래스는 젊어졌지만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려 애썼다.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한국시장을 위한 특별한 기능도 집어넣었다. PM2.5의 초미세먼지 센서를 통해 차 내·외부의 먼지 농도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초미세필터를 통해 먼지와 악취를 걸러내 내부 공기 질을 쾌적하게 관리해주는 기능이다. 한국과 중국 시장에 출시되는 더 뉴 E클래스 모델만 적용된다.

E350 4MATIC AMG 라인의 360도 카메라가 포함된 액티브 주차 어시스트 파크트로닉(PARKTRONIC)은 업그레이드됐다. 주차 공간의 차선만 정확히 인지해 자동으로 직각 또는 평행주차를 지원한다. 좁은 주차공간이 많은 곳에서 유용하다.

각 모델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며 소비자 선택권을 늘린 E클래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최신 디자인을 갖추며 보다 캐주얼해진 모습으로 시장의 평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