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 2월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KCGI(강성부펀드)는 25일 한진칼의 산업은행 대상 유상증자를 막기 위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법원 심문에 나선다./사진=뉴스1DB
법원이 25일 KCGI(일명 강성부펀드)가 한진칼의 산업은행 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낸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신청 심문을 진행하는 가운데 또 다시 KCGI의 '먹튀 논란'이 제기된다. 

시세차익을 내는 것이 주 목표인 사모펀드 KCGI가 최근 한진칼 주가 하락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또 다시 딴지를 거는 일종의 '주가 컨트롤'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반면 KCGI 측은 기업체(한진칼)가 회사 인수를 위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이날 오후 5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첫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다음 달 2일이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 달 1일까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처분신청 기각? 조원태 '승리'

한진칼은 지난 16일 신주 706만2146주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증자규모는 5000억원이다. 신주 발행가액은 7만800원, 신주 상장 예정일은 12월22일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약 10.7%를 확보하게 된다.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성공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제1선행조건이다. KCGI의 의도대로 법원에서 신주 발행을 막는 가처분이 인용되면 한진칼 유상증자가 막히고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돼 산업은행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진칼 지분을 인수하게 되면 향후 한진칼 보유 지분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3자연합(조현아-반도건설-KCGI)측을 앞서게 된다. KCGI는 조원태 회장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중인 3자연합의 한 축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이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가정하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제외할 때 조 회장측 한진칼 지분율은 47.33%로 상승한다. 이때 3자연합의 지분율은 40.4%로 하락하게 된다.

KCGI는 이번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산은과 한진그룹의 주주 권리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KCGI는 “국책은행(산은)이 불합리한 조건으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강요하면서 혈세를 동원하며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에 지분투자를 했다”면서 “이제는 기존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함을 넘어서 사법부를 협박하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스1DB

사모펀드 '본성' 나올까

KCGI가 표면상으로는 주주들의 권리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가처분신청이 인용되지 않으면 사실상 조원태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경영경 분쟁 종료는 즉 주가 하락을 의미할 수 있어 KCGI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된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지분비율이 어느 쪽으로든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면 한진칼 주식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 2년간 KCGI는 한진칼 지분 투자 후 대규모 평가이익을 올렸다. 한진칼 주가는 KCGI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2018년 11월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4일 종가 기준 한진칼 주가는 7만6100원으로 2018년 11월 초 2만원대에서 3배 넘게 오른 상태다. KCGI는 현재 그레이스홀딩스와 엠마홀딩스 등 총 7개의 투자목적회사(SPC)를 통해 한진칼 주식 19.54%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지분 가치는 약 7000여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해 3월 한진그룹 주주총회가 끝난 이후 4월에는 최고 11만10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KCGI는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전무와 한편이 돼 치열한 지분싸움을 벌였다. 양측의 지분 싸움이 심화될 때마다 주식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다. 이에 이번에도 KCGI 측이 가처분신청을 통해 주가 컨트롤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형 사모펀드 한 대표는 "KCGI는 사모펀드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수익"이라며 "KCGI가 경영권 분쟁의 목적으로 ‘한진그룹 정상화’라는 공익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시세차익을 내기 위한 명분"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말처럼 조원태 회장은 이번 합병에 많은 걸 걸었지만 KCGI는 실질적으로 크게 잃는게 없다"며 "다만 KCGI가 한진칼의 주가상승을 통해 배당수익을 노릴 수 있겠지만 올해는 여러가지 상황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