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을 묻다③] 日도 무죄판결 "일생 건 직업 지키고 싶었다"
日 대법원 "의사를 문신 배우지도 않아 독점 허용할 수 없어"
한국만 '문신의 의료행위'로 규정…"변화 위해 싸워야"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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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지난 9월16일 마스다 다키(?田 太輝, 32)는 최고재판소에 피고석에 섰다. 최고재판소는 한국의 대법원의 역할을 한다. 법원이 2심의 무죄 판결을 그대로 인용한다면 5년여 동안 다퉈 온 법적 싸움을 끝낼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정 하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의료 및 보건지도에 속하는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문신 시술 행위에 따른 보건위생상의 위험에 대해서는 의사에게 독점적으로 행하게 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방지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것을 마치자 재판정에는 거대한 울림이 울렸다. 일본 법원이 문신 행위를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문신사에게 무죄를 확정한 최초의 판결이었다. 마스다씨는 이번 판결을 통해 5년 전 냉대 속에서도 목소리를 냈던 것이 잘못이 아니었음을 다시 확인받는 것 같았다.
마스다씨는 지난 2015년 '의사면허 없이' 손님 3명에게 문신을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일본은 한국과 함께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해 의사가 아닌 문신사들이 문신을 하는 행위를 처벌해온 국가였다. 대부분의 문신사들은 약식 기소가 되면 벌금을 내고 사건을 끝냈지만 마스다씨는 달랐다. 문신사로서 자긍심이 강했던 마스다씨에게 손님에게 문신을 한 것이 '범죄'가 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지난 24일 뉴스1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마스다씨는 소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이대로 적발이 확대해 나가면 지금처럼 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라며 "제 인생을 걸고 한 일이 범죄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재판이 시작됐지만 1심 재판부는 마쓰다씨에게 벌금 15만엔(약 160만원)의 유죄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마쓰다씨는 포기하지 않고 항소했다. 항소를 결심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라"라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마쓰다씨의 마음을 다잡게 했다. 마쓰다씨의 조부는 그의 1심 재판 중에 사망했다.
1심에서는 재판 준비를 위한 시간적 제약이 있어 해외 규제 사례 등 재판에 유리한 자료들을 수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해외자료를 번역하고 재판을 준비하는데 드는 돈이 문제였다. 도움은 일반 시민들에게서 왔다. 마쓰다씨가 재판 준비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을 시작하자 300만엔(약 3200만원)이 넘는 지원금이 모였다.
시민들의 뜻이 전해졌는지 항소심 판결은 뒤집혔다. 2018년 11월14일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문신 시술업은 의사와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으며 사회통념에 비추어 문신 시술이 의사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마쓰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최고재판소도 9월16일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마쓰다씨에게 내려진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최고재판소는 "문신 시술 행위는 의학과는 다른 미술 등에 관한 지식 및 기능을 필요로 하는 행위로 의사면허 취득과정 등에서 이러한 지식 및 기능을 습득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라며 "오랜 세월에 걸쳐 의사면허를 가지지 않은 조각사(문신사의 일본식 표현)가 실시해 온 실정이 있어 의사가 독점해서 행하는 사태는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료인이 아닌 문신사가 문신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생겼지만 마쓰다씨는 이번 판결이 시작이 아닌 '새로운 출발'이라고 말했다. 먼저 문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관리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이 첫번째 과제다.
현재 일본에서는 문신사들이 협회를 만들고 위생관리지침 규정하는 등 자율적인 규제의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마쓰다씨는 "일본은 지금 출발선에 섰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부터 여러 가지 과제도 있고, 지금부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쓰다씨의 무죄 확정으로 사실상 문신을 의료행위로 보고 문신사들을 처벌하는 국가는 한국만 남게 됐다. 국내 문신사들은 약 20여년 동안 비의료인인 문신사에게도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 합법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마쓰다씨는 문신 합법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문신사들에게 "내가 살 자리는 누군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문신사라는 직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싸움을 계속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험을 짊어지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는 일도 없고 새로운 일도 생기지 않는다"며 한국의 문신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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