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 온도차는 여전하다.

최근 5G 등 네트워크 기술 발전으로 통신사업자는 자율주행차 등 융합서비스 개발에 힘을 쏟는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일반 이용자가 사용하는 인터넷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현행 법령상 신규 융합서비스 제공요건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에서는 현행 망 중립 예외서비스 제공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유럽연합(EU)·미국과 같이 ‘특수서비스’ 개념을 도입했다. ▲특정한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일정 품질(속도·지연 등) 수준을 보장해 특정 용도로 제공하되 ▲인터넷접속서비스와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구분된 별도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로 정의했다.

또한 특수서비스 제공조건으로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접속서비스 품질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며 ▲망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도록 하고 ▲특수서비스를 망 중립성 원칙 회피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통신사의 정보공개대상을 확대하고 ▲정부가 인터넷접속서비스 품질 등을 점검하며 ▲관련 자료제출을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투명성도 강화했다.


과기정통부 측은 “EU가 망 중립성 원칙을 엄격히 유지하면서도 일정 요건 하에 특수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적인 정책 동향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과기정통부가 ISP인 통신3사와 CP인 카카오·왓챠·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함께 망 중립성 연구반을 지난해 6월부터 구성·운영, 전문가 대상 정책자문과 이해관계자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마련했다. 하지만 주요 인터넷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네이버가 올해 초 연구반에서 하차하는 일도 있었다. 5G에 초점을 맞춘 개정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인기협 관계자는 “주로 ISP 측에서 개정 요구가 있었는데, 현재 그럴 만한 특수서비스가 실현된 것은 별로 보이지 않기에 시기상조라고 봤다”며 “그런 특수서비스가 나와도 과연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별도 회선을 갖출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자율주행의 경우 미국에서도 일반 인터넷 기반으로 서비스 구현이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 관련해 실효성을 갖추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이드라인 수준에선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1500여개 스타트업이 소속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망 중립성을 강하게 유지하는 유럽의 원칙을 반영해 사실상 망 중립성 원칙을 강화한 것”이라고 반기면서도 투명성 강화와 망 중립성 법제화 등 후속조치를 함께 요청했다.


코스포는 환영문을 통해 “그동안 ISP가 5G 서비스로 언급해온 자율주행, 드론, 로봇, AR/VR 등 신산업이 곧 망 중립성 예외서비스로 이어지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했다”고 평하는 한편, “현재 ISP에 대한 CP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감안해 투명성 조치를 보다 강화하고 그 이행을 확실히 담보해야 한다. 이번 망중립성 개정안을 시급히 법제화해 공정하고 투명한 인터넷 망 환경 조성에 박차를 가해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인기협은 망 중립성 강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 개정 가이드라인 시행 과정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인기협 관계자는 “연구반에서 빠진 입장에서 연구반의 충분한 연구와 노력을 거쳐 나온 가이드라인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망 중립성 강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고, 행여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다시 목소리를 내려 한다. 망 중립성 법제화 역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