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뉴시스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와 손잡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체육진흥센터 설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국회에서 도체육회 대한 운영비 지원 임의규정을 의무규정으로 명시하는 법안이 발의돼 경기도 등 17개 광역정부가 반발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감사에서 도체육회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과 규정에 없는 대외협력비(최근 5년간 4억2900여만원) 편성 등이 도마 위에 오른바 있다. 


3일 국회와 지자체에 따르면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지난 3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제18조(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에 대한 보조) 3항에는 지방체육회에 대한 운영비 지원 '임의규정'을 '의무규정'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운영비를 보조할 수 있다'에서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는 것이다. 해당 개정안에는 이 의원 외에 김정재·김도읍 의원 등 다른 10명이 동참했다.

이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지방체육회 운영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된다. 표면적으론 지자체의 행정·예산권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하는 셈이다.

'방만 운영 도마' 경기도체육회 사례… "

공공성·투명성 담보할 수 없어"
해당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심의를 앞두게 되자 경기도와 도의회 안팎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출신인 이 의원이 도체육회 운영의 난맥상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도는 도체육회의 방만한 운영과 위법·부당 행위를 뿌리 뽑는다며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특정감사를 벌여 부적정 행위 22건을 적발하고, 93명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도체육회에 요구했다.

감사에선 도체육회장의 관용차 사적 사용과 규정에 없는 대외협력비(최근 5년간 4억2900여만원) 편성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감사는 도체육회가 도생활체육회 시절부터 6년간 받아온 도비 보조금 중 사무처운영 관련 분야에 대해 이뤄졌다.

도의회도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체육회의 공용차 부적정 운용과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았다. 아예 올해 예산 심의 때는 도체육회 예산을 크게 삭감했다. 나아가 도체육회의 고유 사업을 올해 초 관련 조례 개정으로 도와 산하 기관으로 이양했다.

또한 경기도가 도의회와 손잡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체육진흥센터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상황이라 더욱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치 근거 마련을 골자로 하는 '경기도 체육진흥조례 전부개정안'이 경기도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상황이다.

앞서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 19일 제351회 임시회 제1차 회의를 열고 최만식(더불어민주당·성남1) 위원장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체육진흥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 개정안은 '경기도 체육진흥센터' 설치·운영 근거를 마련해 도 체육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발의됐다. 또 '경기도 체육진흥협의회' 구성 등에 관한 사항을 정비하고, 경기도체육회에 대한 운영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형평성 저해·지방재정법 및 보조금법과 충돌 

경기도 등 17개 광역정부는 관련법 일부개정안을 형평성 저해와 지방재정법 및 보조금법 충돌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현행법으로도 지원근거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운영비 보조) 지방체육회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한 "어떤 단체도 운영비 등 보조금 지원에 있어 법령으로 의무규정이 없으며, 개정시 단체 간 형평성 및 지방자치권 제한을 고려하여 현행 유지가 타당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12월 정치와 체육을 분리하는 취지로 국민체육진흥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지방체육회장 겸직이 금지되고 선거로 회장을 선출하는 이른바 ‘민선 지방체육회 시대’가 열렸으며, 2021년 6월부터는 지방체육회가 법인화되는 동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지방정부는 지방체육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단체에만 운영비 지원을 법적 의무규정으로 바꾸게 되면 지방 재정의 자율성과 보조금 제도의 근본 취지가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등 17개 광역정부는 국민체육진흥법 법률개정안을 크게 3가지 이유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광역정부는 우선 이번 법률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자치의 대원칙이 제한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방정부는 소관 업무와 관련해 자율적인 판단에 의해서 보조금을 편성하고 교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이 원칙을 허물고 특정 단체에 대해서만 운영비 지원을 법적 의무 규정으로 바꾸게 되면 지방 재정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보조금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방재정법 및 지방보조금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광역정부가 걱정하는 대목이다.

현행 지방재정법과 지방보조금법은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 규정과 보조사업 수행 배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지방체육회 운영비 지원을 의무 규정으로 두게 되면 보조금 부적격 사유 발생 시 반환 및 제재 규정과 충돌해 체육회에 대한 지방보조금 통제 및 관리가 심각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게 광역정부의 설명이다. 지방보조금 예산의 투명하고 적정한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광역정부는 아울러 개정법률안이 시행되면 타 많은 단체 등과의 지원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체육회만 보조금 지원 의무화?… 다른 문화 예술 단체들은?

현재 문화, 관광 등 다른 분야의 법인단체 운영비 지원은 모두 임의규정되어 있어 타 많은 단체 등과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소지를 안고 있다.

현행으로 보면, 특정 단체만 지정해 운영비 지원을 의무적으로 규정한 사례는 없으며 법인단체 육성지원 개별법에 따른 한국자유총연맹이나 새마을운동조직 등에 대한 운영비 지원 조차 임의 규정이다. 광역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로 교부하는 보조금 역시 임의 규정이다.


이에 경기도 한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타 분야 법인단체나 여타 체육단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되며 특정단체에 대한 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방자치제도의 대원칙이 훼손될 수 있고 지방재정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심의 중단이 필요하고, 지방정부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현행 법률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 측은 조만간 국회 법사위에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