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정부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021.3.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사건의 접수부터 수사와 재판 등 사건 처리의 세부 절차를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제정했다. 검찰과의 관할권 다툼으로 비화했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도 규칙에 담겼다.

공수처는 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건사무규칙를 공포하고 이날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외부구속력 없는 규칙…공수처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사건의 접수·수사·처리·공판수행 등 사건사무 처리의 전반적인 업무 절차를 담은 것으로 법령체계상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내부 규칙에 속한다.

그러나 공수처는 해당 규칙이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밝혔다. 현행 공수처법의 근간이 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에서 공수처의 조직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만들려했지만 국회의 법안 논의 과정에서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규칙 수준으로 정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검찰사건사무규칙을 준용해 공백을 최소화한다"면서도 "처장의 직무권한 등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경우 검찰사건사무규칙은 준용하지 않음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유보부이첩·영장청구권…검찰과의 관할권 다툼 가능성 상존


총 3편 35개조 25개 서식으로 구성된 사건사무규칙은 Δ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인권보호를 강조하는 수사원칙 Δ사건의 구분·접수 Δ피의자 등의 소환·조사 Δ사건의 처분·이첩 절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공수처가 검경 등 관계기관과 이견을 보였던 내용도 그대로 실렸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 대표적이다. 규칙 25조에는 공수처장이 공소권까지 보유한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 경찰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면서, 추가수사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수사기관이 수사를 완료한 이후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다만 해당 내용은 '요청할 수 있다'로 명시돼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공수처가 추가수사와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다른 수사기관에 수사 완료 후 다시 공수처로 이첩을 요청했을 경우 '단순 이첩이 아닌 입건'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공수처 소관 사건이 아닌 경우와 공수처법 25조2항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경우는 공수처 분석조사담당검사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들을 분석한 이후 '단순이첩'으로 분류한 것과 비교된다.


사법경찰관이 공수처가 수사권과 공소권을 모두 가진 사건을 수사할 때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역시 헌법상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주장하는 검찰과 향후 다툼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해당 수사기관의 장이 수사를 중지하고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한 조항도 있다. 이 경우 '혐의 발견 시기'를 구체화하지 않아 공수처와 타 기관의 해석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는 향후 사건사무규칙의 해석과 적용에 혼선이 있을 경우 공수처 수석부장-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경찰청 수사국장 등의 협의체와, 공수처 수석검사-대검찰청 형사정책담당관-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담당관 등의 실무협의체가 협의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공소분리·인권수사 등 그간 강조한 원칙 담겨

규칙에는 공수처 직제상 수사-공소 분리 원칙을 명확히 할 내용도 담겼다.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수사를 종료하면 수사결과에 대한 의견서와 사건기록 등을 공소제기와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에게 인계하게 된다. 공소 담당 검사는 이를 검토한 후 처장의 지휘·감독에 따라 공소제기 여부·단순이첩 등의 사항을 최종 결정한다.

공수처가 강조해온 인권수사 원칙도 명확히 했다. 규칙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원칙적으로 임의수사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강제수사는 필요한 경우 최소 범위에서만 해야 한다. 아울러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 없는 범죄 혐의를 찾기 위해 피의자를 압박하거나 수사기간을 지연시켜서도 안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조사'로 논란이 됐던 면담 절차도 구체화했다. 규칙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조사 외에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을 면담할 경우 진행경과를 서면으로 기록해야 한다. 기록에는 면담 장소에 도착한 시간과 떠난 시간, 조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 면담 이외 활동 등을 담아야 한다.

그밖에 수사 및 공소 제기·유지 등에 적정성을 기하기 위해 수사심의위원회와 공소심의위원회, 수사자문단 등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사무규칙이 제정돼 수사체제로 본격 전환할 수 있게 됐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할 토대도 마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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