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첫 남한살이 '보호센터' 가보니…밀실·감시 대신 '인권'
조사실 복도측 투명문…밀실 조사 가능성 낮춰
박지원 "안기부나 정보부 공식을 국정원에 대입 말라"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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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탈주민(탈북민)들이 남한 땅을 밟고 가장 먼저 생활하게 되는 공간 '국가정보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보호센터·구 중앙합동신문센터)가 23일 공개됐다.
경기도 시흥시 조남동 소재 보호센터. 바깥에서 보기엔 굳게 닫힌 하얀 색 철문(정문)과 높이 쌓여진 시멘트 담벼락이 폐쇄된 듯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철문이 열리고 탈북민들이 생활하고 조사를 받는 '3동'에 다다르니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특히 탈북민들이 위장 탈북 여부를 조사 받는 3동 3층에 위치한 '조사실'은 일반 사무실과 비슷해 보였다. 책상들이 마주보고 놓여있었고 창문은 통창으로, 복도측 문은 투명유리로 설계돼 밀실 조사의 가능성을 낮췄다.
이 조사실에서는 주말·야간 조사는 원칙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부득이한 경우 탈북민의 동의를 얻어 진행이 된다고 했다. 또 조사가 종료된 후 매일 일과가 끝나면 전화 통화를 보장하며, 8촌 이내 친족까지 면회를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지난 2013년 이른바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이후 생겼다. 그후 2014년 행정조사와 간첩혐의 수사는 분리됐고, 보호센터에서의 수사착수도 금지해 간첩 혐의가 적발되면 바로 수사부서로 이첩되고 있다. 보호센터는 2014년 이후 운영 개념을 '조사' 중심에서 '보호' 중심으로 전환했다.
입소자들이 이곳에서 조사 받는 기간은 평균 5~10일이며, 임시보호기간은 60여일이다. 그 결과 2014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입국 후 보호센터에서 조사받은 7600여명의 탈북민 중 확인된 인권 침해 사례는 없었다.
이날 기자들과 함께 보호센터 견학을 동행한 박 원장은 "과거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나 정보부(중앙정보부)의 공식을 현재 국정원에게 대입하지 말라"면서 현재 국정원은 탈북민의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 조사실이 아닌 '녹음·녹화조사실'도 존재했다. 인권침해 시비와 조사 결과의 다툼 방지를 위해 올해 6월부터 도입된 이 조사실은 탈북민이 요청하거나 동의할 경우에 운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반 사무실과는 사뭇 다르다. 위장탈북자를 가려내기 위해 '진술추궁'(진술여부확인)에 나서는 일이 주로 이뤄진다. 이를테면 탈북자의 고향에 대한 진술과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지형이나 건물 등의 구체적인 정보나 데이터베이스(DB)를 대입해 탈북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진행된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보호센터가 적발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탈북민 위장간첩은 11명이다. 여기에는 2010년 황장엽 암살을 기도한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 3명도 포함된다. 또 위장간첩은 아니지만 탈북민을 가장한 조교(중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북한국적자), 재북화교, 한족 등 비탈북민도 총 180여명 적발했다.
조사실과 같은 건물에는 인권보호관이 근무하고 있으며 '인권상담실'도 존재했다. 탈북민은 조사 전후 의무적으로 두차례 센터 생활이나 조사 과정에 대한 상담을 받아야만 한다. 만약 그 이상의 상담을 원한다면, 추가 상담도 가능하다.
이날 국정원은 탈북민들이 남한에 들어와 가장 먼저 거치는 곳인 '입소실'은 물론 입소자들이 생활하는 '남자·여자 생활실', 취미활동이 가능한 '악기연주실' '컴퓨터교육실' '체육관', 이들의 생활을 돕는 '유아놀이방' '간호실' '식당' 심리상담실' 등도 모두 공개했다.
입소자들이 생활하는 생활실도 눈에 띄는 공개였다. 앞서 CCTV가 화장실은 물론 생활공간에 존재해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 생활실에는 CCTV는 존재하지 않았다. 1인실인지, 다인실인지 또는 고위 탈북인사가 사용하는 방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침대나 소파, 탁자, TV 등이 구비된 생활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기존에 탈북민들이 조사와 생활을 동시에 받아 고통을 호소했던 '생활조사실'은 사라지게 됐다. 이 생활조사실들은 모두 생활실로 개조됐다.
이날 국정원의 보호센터 공개와 관련 박 원장은 "국장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우리 국정원 보호센터는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고 있다는 것을 언론과 국민 여러분께 보여 드리기 위한 자리"라면서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입소자가 적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보호센터에 입소한 탈북민의 수는 10명 정도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10명은 주로 북측에서 직접 남한으로 넘어온 경우보다는 제3국 등에서 머물다 넘어온 경우가 많다.
한편 보호센터는 '가급' 국가보안 시설로 국정원 직원들도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이곳이 언론에 공개된 건 지난 2014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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