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내가 외도하고 돈을 빼달렸다고 의심해 둔기로 살해한 70대가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재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스1
아내가 외도를 하고 재산을 빼돌렸다고 의심해 둔기로 살해한 70대 남성에게 징역 13년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19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77·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13일 밤 서귀포시에 있는 자택에서 둔기로 아내 B씨(75·여)의 머리와 가슴 등을 수차례 내리쳐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가 불륜을 저지르고 재산 1억5000만원을 빼돌렸다고 의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미 A씨의 잦은 폭행 등으로 별거 상태였다. 범행 당일 A씨는 B씨에게 연락해 "반찬이 다 떨어졌으니 만들어서 가지고 오라"고 해 B씨를 자신의 집으로 오게 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또다시 B씨를 추궁하기 시작했고 참지 못한 B씨가 "자꾸 이러면 감옥 간다"고 말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당일 범행 현장을 목격한 아들에게 "너네가 죽인 거다"라며 뒤처리를 맡기기도 했다. A씨는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재판에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평소 가족들을 폭행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가 음식에 독극물을 타 자신을 살해할 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B씨를 살해하려고 마음 먹은 점 ▲범행 시각과 경위 등에 대한 A씨의 상세한 진술 ▲A씨를 피해 도망가고 싶었다는 가족 일부의 진술 등을 들어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이유 불문의 중대 범죄"라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무차별적인 폭행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채 무참히 생을 마감했고 자녀들도 범인이 아버지라는 충격에 평생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 살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 심신미약 상태까지는 아니더라도 피고인의 정신적인 문제가 이 사건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