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사실상 '속도조절'에 나선 모양새다. 동시에 미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측의 '역할'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 대신 "우린 개별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시기, 조건에 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답했다.


설리번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을 두고 한미 간에 이견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상대방이 있는 외교적 현안에 대해 논평할 땐 우회적 표현을 쓰는 게 일반적이지만 설리반 보좌관의 이번 발언은 좀 더 '직설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설리번 보좌관이 특히 대북조치의 '순서' '시기' '조건'이란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한 사실을 두고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이견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러시아 등을 상대로 '종전선언 띄우기'에 나선 데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 AFP=뉴스1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설리반 보좌관의 이번 브리핑에 대해 "통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만 해도 '거부' 의사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의도가 담긴 발언으로 해석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올 4월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이라는 새로운 기조 아래 '유연성'을 강조한 대북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미 정부는 북한의 최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선 일관되고 '도발'로 규정하며 지속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계기로 한 북한과의 대화 모멘텀 회복을 위해 애써 '도발' 표현을 삼가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최근 신형 SLBM 시험발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커비 대변인은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갖고 있고, 그 영향력은 한반도 비핵화를 성취하는 데 중요하다"며 "중국은 대북제재에 힘을 모으거나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선 선(先) 대북 유화조치보다는 원칙에 입각한 대응을 유지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 미 국무부와 국방부 대변인의 브리핑에 투영돼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종전선언 논의에 정전협정 당사자 중 하나인 중국도 참예해야 한단 시각을 나타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해야 하고, 또 조건 없이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미국의 기본입장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며 "종전선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미국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 센터장은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이라면서 바이든 정부의 이 같은 '원칙적 대응'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