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국방부 출입기자나 각 군 공보 담당자들면 하루 한 번씩은 꼭 들여다보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하나 있다. 바로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다.

'육대전'은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격리 병사들에 대한 부실 급식 제보글이 사진과 함께 게시된 것을 시작으로 병사들이 병영생활 중 겪은 각종 부조리를 외부에 직접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병사들의 휴대전화(스마트폰)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신분 노출의 위험이 있는 군내 고충처리 창구보다는 상대적으로 익명성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SNS)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특히 육대전에 게시된 병사들의 제보가 기사화되고, 기자들도 이 제보 내용을 바탕으로 각 군을 상대로 취재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지금은 이곳에 제보가 올라오면 기자들이 물어보기도 전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식 입장을 내놓는 게 각 군 공보 담당자들의 주요 업무 돼버린 상태다.


그런 육대전이 최근 송사에 휘말렸다. 국군정보사령부 예하 부대 소속 현직 대령 A씨이 육대전 제보글과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운영자 김모씨를 고소한 것이다.

지난 8월 육대전엔 "정보사 예하 부대에서 국가정보원 신임 요원 등 200여명이 모여 회식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신임 국정원 요원 중 정보사 예하 부대장의 딸이 있었기에 회식이 진행됐단 의문도 함께 제기됐다"는 글과 함께 관련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 게시물은 곧바로 해당 부대의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정보사 측에선 "당시 해당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적용돼 행사·집회가 인원 제한 없이 허용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정보사는 "부대장 자녀가 있어 회식을 진행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A대령이 육대전 운영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도 바로 '부대장 자녀가 회식 현장에 있었다'는 취지의 표현 때문이다.


국방부 <자료사진> © News1

육대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군 관련 SNS에 올라온 제보 중엔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군 당국은 확인 결과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해당 제보를 통해 이미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장병들과 소통이 부족했다" "좀 더 세심하게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겠다"며 자세를 낮춘 경우가 많았다.

A대령의 육대전 상대 소송이 '이례적'인 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군에선 병사들에게 폭언을 했다는 '허위 제보'로 조사를 받은 간부가 해당 병사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있었다.

일선 부대에선 병사들의 무분별한 SNS 제보 때문에 "간부들이 병사들 눈치만 본다"는 얘기가 들려온 지 오래다. 심지어 병사들 사이에서조차 "이젠 선임병들이 신병들의 군기 빠진 행동을 나무랄 수 없게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군 당국은 앞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극대화하고 역기능은 최소화해 새로운 병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갈 것"이라고 했었다.

이 가운데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된 건 맞다. '부실급식' 논란 당시 SNS를 이용한 병사들의 사진 제보가 "병영 내에선 휴대전화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한 보안규정을 위반한 것"이란 등의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지난 수십년 간 큰 변화가 없었던 군 급식체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군 당국이 외부 시선만 의식하느라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실급식 논란 때도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도 군은 몰랐다는 거다. 그리고 그 사이 '개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드는 생각은 하나다. 오죽했으면 그들이 직접 나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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