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없지만…정부 '올림픽 보이콧 불참' 기류
외교차관 "직전 주최국으로서 역할을 하려 해" 해석 분분
전문가 "선택 어려운 상황…정부, 당분간 '노코멘트' 해야"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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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문재인 정부가 공식발표는 없지만 사실상 미국 주도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정부 사절단 불참, 선수단은 참여)에 불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 등은 9일까지 미국으로부터 공식 참여 요청은 없었으며,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도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서두르지 않겠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다만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평창과 도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은 "의미가 있다"며 "저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 주최국으로서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혀 각종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원론적인 발언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올림픽 보이콧 불참'을 우회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만나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지지' 발언을 한 바 있고, 닷새 뒤 외교부도 "우리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지해 왔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최 차관의 이번 발언은 불참 쪽에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외교부가 우리 정부의 입장 표명을 '보이콧 불참'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도 되짚어봐야 한다는 평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외교부의 '성공적 개최 지지' 입장에 대해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이자 2024년 강원도 동계청소년 올림픽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중한은 올림픽 개최에 있어 항상 서로를 지지해 왔고 이는 양국의 우호 협력관계와 '올림픽 가족'의 풍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공식 발표는 없지만 사실상 불참 쪽에 기우는 모양새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한파'로 알려진 재일교포 변진일 코리아리포트 편집장은 9일 야후 재팬 포털에 올린 '한국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이 있을 수 없는 이유' 기고문을 통해 "무엇보다 한국은 올림픽을 놓고 중국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했을 때 중국은 북한의 보이콧 요청을 뿌리치고 선수단 파견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참가 표명으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제3세계 북한과의 단독 수교국 대부분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한국은 서울 올림픽을 성공시켜 국제적 지위를 향상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한정 부총리(정치국 상무위원)을 중국 대표로 참석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외교 관례상 상응하는 고위 인사를 보내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고 변 편집장은 판단했다.
외교 관례 외에도 한국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관점에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또한 내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이자 화상 방식의 한중 정상회담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보이콧 동참은 우리로서는 어려운 선택지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이 올림픽 보이콧 배경으로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탄압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사실상 중국 정부의 인권 문제를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제기한 적이 없다.
일례로 지난 10월 프랑스가 유엔에서 발표한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한 인권탄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 성명에 미국과 영국, 독일, 호주, 일본 등은 참여했지만 한국은 빠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가 인권 문제를 다자간에서 제기한 적이 없는데 보이콧 동참은 한국의 대중 정책이 급격하게 선회하는 것"이라며 "중국의 인권문제에 참여했던 다른 국가들과 달리 훨씬 더 충격파가 클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중패권 경쟁 속 미국과의 '동조 이탈'은 결국 후폭풍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천안문 열병식' 행보로 인해 워싱턴 조야에 '중국 경사론'이 제기됐고, 이를 수습하느라 우리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박 교수는 "올림픽 보이콧 불참은 천안문 열병식 선례와 함께 미국 내 주류사회에서 '한국은 결국 중국과 같이 간다'는 인식이 굳어져버리면 다시 이를 회복하는 데 상당히 힘들 수 있다"며 "또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은 일본과 함께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데 2류 동맹으로 일본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러 가지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일단 정부는 발언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노코멘트로 당분간 가는 게 맞다"며 "(최 차관처럼)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쪽에 가까운 얘기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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