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풍경을 바꿀 기업이 한화그룹으로 정해졌다. /사진제공=서울시
◆기사 게재 순서

(1) 두산·LG 잠실 홈구장, 한화가 짓는다
(2) [르포] 골조 못올리고 공회전 하는 GBC, 공사비 2.5조→5.5조
(3) 강남 영동대로 기점 세로축 개발 밑그림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인지도를 한 단계 도약시켰던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풍경을 바꿀 기업이 ‘한화그룹 컨소시엄’으로 정해졌다. 사업비 2조원대의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민간투자사업’ 유치를 위해 국내 내로라하는 굴지의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정면 승부를 펼친 결과다.


해당 프로젝트는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여의도공원 1.6배 면적인 35만7576㎡(수상면적 포함) 땅을 재개발해 글로벌시티 서울을 대표하는 복합 문화·업무·관광지구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사업 제안서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재계 상위그룹 각 분야의 계열사뿐 아니라 전문 스타트업, 대형 금융투자기업 등으로 구성됐다.

건설부문에선 현대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GS건설·대우건설·SK에코플랜트(한국무역협회 컨소시엄)와 HDC현대산업개발·한화건설·중흥건설·금호건설·우미건설(한화그룹 컨소시엄)이 맞붙었다. 최종 수주에 성공한 한화 컨소시엄에는 HDC자산운용·신한은행·하나금융투자·이지스자산운용 등 금융투자업계 여러 기업이 팀을 꾸렸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한화시스템·넥슨·메가존 등이 직접 출자하고 온·오프라인 융합 메타버스, 가상 공연과 전시, 자율주행셔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구현할 계획이다. 한화 컨소시엄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탄소 중립’을 최우선 가치로 각종 친환경 기술과 첨단 IT 기술을 접목하고 개발이익의 공공기여 확대를 약속했다.

잠실 어떻게 바뀌나

잠실 스포츠·마이스 민간투자 프로젝트의 추정 사업비는 약 2조17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HDC그룹이 올들어 3분기까지 벌어들인 매출액 3조4100억원(연결기준)의 63.6%에 달하는 규모다. 최종 사업자는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이후 40년 동안 시설을 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쉽게 말해 민간이 투자해 공공시설을 짓고 임대 등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한다.

서울시는 2017년 KDI 한국개발연구원에 해당 사업의 적격성 조사를 의뢰, 지난해 5월 완료한 후 기획재정부 심의와 서울시의회 동의를 거쳤다. 사업의 세부적인 내용을 보면 ▲전시·컨벤션시설(12만㎡) ▲야구장(3만5000석) ▲스포츠콤플렉스(1만1000석) ▲수영장(5000석) ▲수변레저시설(70척) ▲호텔(900실) ▲문화·상업·업무시설 등 코엑스의 3배 규모에 달하는 시설물이 건설될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관련 행정절차가 진행된다. 계획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2029년 조성이 완료된다. ‘21세기형 강남 개발’로 불리는 해당 사업은 탄소 중립을 비롯해 사회적 가치 창출과 공공의 이익을 최대한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대비 2배 이상 높은 탄소 중립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컨소시엄에는 메이저리그 팀 뉴욕양키스의 홈경기장인 양키스타디움 등을 설계한 미국 건설업체 ‘파퓰러스’가 잠실 야구장 디자인에 참여한 점도 이목을 끌었다.

한화·HDC 연합 승리 비결은?

한화 컨소시엄의 수주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함께 공공성을 강조한 제안이 성공 요인으로 분석됐다. 한화 컨소시엄은 잠실 마이스사업 평가항목 대부분이 A~E 등급을 부여한 절대평가나, 환수기준수입 적정성 지표는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발 이후 초과 운영수입 가운데 시민에게 돌아갈 금액을 한화 컨소시엄이 더 높게 제시한 게 수주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속 가능성 분야에서 한화 컨소시엄이 제안한 ‘탄소중립’이 높은 평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화 컨소시엄은 잠실 마이스 시설의 신재생에너지 자립도를 의무비율 대비 두 배 이상 높게 설정했다. 이를 위해 태양광은 물론 한화그룹 내 수소 관련 계열사의 기술 역량을 동원했다. 수소의 생산과 수송, 압축저장, 충전 과정을 모두 포함한 도심형수소 밸류체인을 제안했다.

지역 발전과 상생협력 방안도 높은 평가를 받은 요인이다. 한화 컨소시엄은 시설 내 창업지원 오피스와 마이스 허브 공간을 제공해 관련 산업체를 집결, 지역 활성화를 도모했다. 기존 상권과 연계하는 상생지원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家 2~3세 대결서 HDC 승리

또 하나 관심을 모았던 것은 두 컨소시엄의 주요주주 기업이 현대가 2~3세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무역협회 컨소시엄에는 현대가 3세인 정의선 회장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건설’이 대표 시공사로 참여했다. 경쟁 상대이자 최종 수주에 성공한 한화 컨소시엄에는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2대주주로 참여했다.

정세영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자 고(故) 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이다. 현대차그룹은 강남의 또 다른 대형 개발 프로젝트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의 수주를 놓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해당 프로젝트는 GBC와 탄천을 사이에 두고 차량 5분 거리(2㎞)에 있어 잠실동-삼성동의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시공 설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된 바 있다.


HDC그룹은 건설부문을 벗어나 유통·면세·자산관리사업 등 종합라이프스타일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한 가운데 이번 프로젝트 수주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실패를 떨쳐버릴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그룹은 지분 20%를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