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1.12.2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다는 민주당에서 자유당 때도 안 하던 일을 하고 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시의회가 통과시킨 시장 발언 중지·퇴장 조례안을 이렇게 평했다.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 '예산 전쟁'을 벌였던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이번엔 조례로 시끄럽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31일 시장과 교육감의 발언을 제한하는 '서울시의회 기본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장 또는 위원장은 시장이나 교육감이 허가 없이 발언할 경우 발언을 중지시키거나 퇴장을 명할 수 있다. 퇴장당한 시장·교육감은 의장이나 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사과해야 회의에 다시 참가할 수 있다.


시민이 뽑은 자치단체장의 입을 시의회가 막겠다는 내용이다.

해당 조례는 앞서 운영위원회에서 의결된 직후에도 민주주의 정신에 맞지 않고, 헌법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시의회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례를 만든 배경에는 지난해 9월 오세훈 서울시장의 퇴장 사건이 있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3일 시의회 시정질문 도중 자신의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와 관련해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하자 이에 반발해 퇴장했다.


민주당 소속 김정태 운영위원장은 "오 시장이 지난 9월 시의원 질의 방식에 항의하며 퇴장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며 "시민 대표인 의회를 존중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오세훈 길들이기'에 나서느라 의회 민주주의 후퇴까지 불사한 셈이다.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정의당 소속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시장이 자기 발언과 행위에 대해 정치적인 책임을 지면 되는 문제"라며 "그것을 조례로 명문화하는 것은 유치하다"고 지적했다.

110석 중 99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보복성 조례 개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7일 본회의에서는 서울시 출연기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시의회 추천 몫을 절반까지 늘리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조례는 오 시장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임명하고 "(임추위의)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고 발언한 이후 등장했다.

이 역시 다른 지자체에서는 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서울시는 해당 조례가 시장 인사권과 기관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재의 요구를 결정한 상태다.

지난해 지방자치는 부활 30주년을 맞았다. 흔히 지방자치를 통해 권력을 분산시켜 독재를 막고, 민주주의를 실현한다고 말한다. 민주당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 온 가치다.

그런데 시의회 민주당은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의 마지막 날 지자체장의 입을 막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공들인 시간이 강산을 3번 바꿀 만큼 쌓였다. '그때와 뭐가 다른가'를 넘어 '그때도 이러진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이들이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조례를 만들려고 오랜 시간 지방자치를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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