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업계가 사실상 중고차시장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중개플랫폼 오토벨. /사진=현글로비스
▶기사 게재 순서
①중고차시장은 “우리 것”
②완성차업계 중고차사업은 소비자가 원한다?
③무사고라더니 침수차… 소비자 위한 방향은


완성차업계가 중고차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업계에서 자행된 사고 이력 숨기기, 연식 조작 등 각종 악행의 고리를 끊고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자신들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망과 전용 플랫폼까지 구축하며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중고차시장 개방은 소비자의 요구”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소비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존 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미온적인 행보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의 당위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업계 발전은 물론이고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KAIA) 회장은 최근 ‘완성차업체의 중고차시장 진입 영향과 시장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중고차시장 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정 회장은 “국내 중고차시장은 차 이력 등과 관련된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는 판매자가 차량 구매자의 정보 부족을 악용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이 여전하다”며 “이런 시장의 본질적 특성에 더해 진입 규제로 인한 시장 폐쇄성이 더해져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근본적 해결은 진입 장벽 철폐 등 경쟁촉진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정부가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짚었다.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통한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비대칭성이 근원적으로 사라져야 시장후진성도 해소된다는 분석이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여전한 ‘허위·미끼매물’에 소비자 불만↑

정 회장의 지적처럼 그동안 국내 중고차시장에는 각종 소비자 피해 사례가 빈번했다. 사고 이력을 숨기거나 누적 주행거리 및 연식 조작 등 소비자 기만행위가 끊임없이 자행됐다.

몇 년 전에는 중고차 구매자가 구입한 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딜러가 그를 감금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몇 달 전에는 중고차 허위 매물로 구매자를 유인한 뒤 3개월 동안 50여명에게서 6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한 사기단이 적발되기도 했다.

기존 중고차업계의 전체적인 문제로 치부할 순 없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누적 피로감과 거부감은 크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를 분석한 결과 총 5165건으로 집계됐다. 성능상태점검표 발급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성능상태 불량 피해가 2447건(47.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고이력 미고지 588건(11.4%) ▲허위·미끼매물 피해 235건(4.5%) 등이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리서치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전국 20~60대 성인남녀 10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소비자의 불만은 여실히 드러난다. 소비자들은 중고차시장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79.9%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선이 불필요하다’고 응답한 이들은 8.9%에 불과했다.

중고차시장의 가장 큰 문제(복수응답)로는 ‘허위·미끼 매물’(54.4%)을 꼽았다. 이어 ▲가격산정 불신(47.3%) ▲주행거리 조작, 사고이력 조작, 비정품 사용 등에 따른 피해(41.3%) ▲판매 이후 피해보상 및 사후관리(A/S)에 대한 불안(15.2%) 순으로 응답했다.
완성차업계가 사실상 중고차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중고차 매매단지 전경. /사진=뉴스1

완성차업계는 ‘사업 고도화’ 착수



소비자 불만에 대한 해결 의지를 다져온 완성차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고차 사업에 착수했다.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현대차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 경기 용인시청에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신청했다. 기아도 같은달 전북 정읍시청에 자동차매매업 등록 신청을 마쳤다.

현대차·기아는 자동차매매업 등록을 위해서 660㎡ 규모의 전시장을 보유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선제조치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진행해온 중고차 도매업도 고도화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중고차 업계와 소비자를 잇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통합 플랫폼 ‘오토벨’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중고차 매매업체에 판로 공급과 상생을 이루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도 높은 구입 서비스를 제공해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서로 ‘윈윈’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완성차업계가 사실상 중고차사업을 시작한 가운데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의 관점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글을 올려 “중고차시장의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거래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중고차시장에 완성차업계가 들어오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보다 판매자에 대한 신뢰성 확보, 중고차 성능 담보,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 등의 장치 마련이 선행과제라는 의견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 후보와 다르게 아직 까지 뚜렷한 입장표명이 없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윤 후보가 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활성화 공약을 대거 발표했던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