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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월 세째 주에는 '단순한 열정' '탐닉'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의 초기 장편소설 '그들의 말 혹은 침묵'이 돋보인다. 여기에 은행원 소설가 윤치규가 아주머니들의 엇갈린 사랑을 다룬 단편집 '러브 플랜트'도 눈길을 끈다. 말랑한 10대의 감성이 필요하다면 '하늘에게'도 펼칠만하다.
에세이에선 중국 유학을 통해 중문학 박사학위을 따냈지만 현재 분당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의 자의식을 담아낸 박규옥의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미니멀리즘 요리를 실천하는 이수부의 생각을 담은 '이수부키친, 오늘하루 마음을 내어드립니다' 2009년 출간이후 꾸준한 인기를 통해 얼마전 일본에서 복간한 '나의 상냥한 사신' 등이 주목을 받았다.
◇ 그들의 말 혹은 침묵/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민음사/ 1만4000원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초기 장편소설. '그들의 말 혹은 침묵'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사춘기 소녀 '안'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과 노동자계급 출신이라는 조건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성에 눈뜬 안이 쾌락을 쟁취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우리 부모는 노동자니, 난 그들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여전히 지금도 교사가 되고 싶긴 하지만, 거기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늘 걱정스럽게 바라보면서, 정말 신경질 나게 해, 아버진. 맨날 책에 코를 처박고 있으면 골치가 안 아프냐 묻는다. 어쩌면 그가 옳을지도."
"난, 그가 이전에 함께 잤던 여자들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가 그러는 이유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는데, 그에게 난 남자를 밝히는 여자로만, 그것 말고는 다르게 보이지 않음을 느꼈다."
한편 에르노는 이후 격렬한 성적 체험과 무절제한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낸 '단순한 열정', '탐닉'을 비롯해 부모의 삶과 죽음을 냉철하게 회고한 '남자의 자리', '한 여자' 등으로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노벨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 러브 플랜트/ 윤치규 지음/ 자음과모음/ 1만2000원
윤치규는 2021년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낮에 은행에서 일하고 밤에 소설을 쓴다. 그가 아주머니들의 연애담을 소설로 풀어냈다.
"이혼 후 지독한 불면에 시달렸다. 밤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가정법 과거완료 형태의 문장이 끊이지 않고 머릿속에 떠올랐다. 결혼하지 않았으면 이혼도 하지 않았을 텐데 같은 조건 부사절 형식의 후회는 스스로 용법을 변형시키면서 무수히 늘어났다."('러브 플랜트' 중)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나의 상태는 예민한 수준을 넘어 거의 신경쇠약에 이르렀다. 결혼식 현수막의 글자가 조금 번진 채로 인쇄된 일이나 예식장에 전시할 웨딩사진 배송이 조금 늦어지는 일이 마치 불길한 복선인 듯 과민하게 굴었다. 그래서 현영이 수면제를 삼켜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는 차라리 마음이 놓였다."('완벽한 밀 플랜' 중)
◇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으리/ 박규옥 지음/ 몽스북/ 1만5800원
저자는 중국에서 중문학 박사학위를 따낸 이후 귀국해 중국기업 조사업체를 운영하다가 작파하고 분당 오피스텔 밀집 지역에서 GS25 편의점을 시작했다.
그는 장사꾼밖에 더 되겠는가 하는 자괴감을 숨기려는 허세가 있었다며 늦게까지 공부해서 학위까지 받아놓고 겨우 장사나 하려고 그랬느냐는 주변 시선도 의식했다고 인정하면서 스스로 '싸가지 없는 점주로 남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회사를 운영하며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일이 유니폼을 입고 바코드를 찍는 일보다 체면치레는 될지 몰라도 내 적성에 맞는 일이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나는 과감하게 하던 일을 접었다."('동네 가게의 주인이 되는 일' 중)
"아래층 편의점이 왜 망했는지 얘기해 줘요?/ 안 해주셔도 돼요/ 엥? 내가 장사 잘하라고 충고하려고 했더니 아줌마 태도도 틀렸네. 내 다신 안 와/ 네, 그러세요/ 이 동네 사람들은 맘에 안 들면 아래층이 왜 망했는지 가르쳐주겠다는 것으로 화풀이를 한다. 망한 아래층 사장한테 동지적 애정이 솟아난다."('충고, 안 들을게요' 중)
"저녁 무렵에 편의점에 있다 보면…각자 따로 드나들던 남녀가 어느 날부터 함께 와서 물건을 고르다 손을 잡고 나가는 것을 목격한다. 그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지켜보면서 나는 두 남녀의 애정 깊이를 가늠해 본다."('사랑이 꽃피는 편의점' 중)
◇ 이수부키친, 오늘하루 마음을 내어드립니다/ 이수부 지음/ 위즈덤하우스/ 1만5000원
요리사 이수부는 신라호텔 조리팀에서 근무하다가 서울 강남 도곡동에서 원테이블 식당을 창업했다. 그가 미니멀리즘 요리철학을 담아낸 책으로 담아냈으며 16가지 미니멀리즘 요리법도 공개했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조리한다는 것은 동작 하나하나가 부담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즉흥성이 주는 긴장과 집중력, 그리고 큰 무리 없이 코스가 끝났을 때 밀려오는 자기 효능감은 그 이전의 스트레스를 압도한다."(146쪽)
◇ 나의 상냥한 사신/ 기노 도리코 지음/ 박대희 옮김/ 경당/ 1만5000원
일본의 삽화가 기노 도리코가 죽음과 삶을 주제로 쓴 그림 에세이집. 삶에 지쳐 오늘 꼭 죽겠다는 주인공 그녀와 어딘가 어설프지만 자상한 저승사자와의 소동극으로 꾸며졌다. 2009년 일본과 프랑스에서 동시출간했으며 프랑스어판은 같은해 벨기에에서 최우수 그림책에게 주는 리블리트상을 받았다.
◇하늘에게/ 늘리혜 지음/ 늘꿈/ 1만7000원
10대의 감성을 판타지(몽환)적 세계관으로 풀어낸 로맨스 소설. 고3 끝자락인 소년 제운은 하굣길에서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려 소원을 빈다. 이런 그는 소녀 하늘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사랑이 싹튼다. 이들의 운명적 사랑에 제운과 6살때부터 단짝친구였던 우도진과 서시연이 겹치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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