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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차가운 방공호에서 매일 삶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의료장비와 구호품이 정말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 한 대학교 한국어과 구성원들이 처참한 현지 상황을 전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들은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에 있는 국립세무종합대 한국어학과의 교직원과 학생들이다. 우크라이나에 한국어과가 개설된 대학교는 이곳과 키이우(키예프) 국립외대, 타라 세브첸코국립대 등 3곳밖에 없다.
◇한국어과 교직원 일로나 "도시 가장 큰 쇼핑센터 불 타…방공호서 300명 생활"
이 학과의 교직원인 일로나 자다치나(27)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 고향인 미콜라이우로 돌아왔다. 일로나는 지난 4일(현지시간 3일) <뉴스1>과 SNS메신저 인터뷰에서 "헤르손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가 완전히 파괴됐다"며 "많은 상점이 불탔고 민간인들에게도 발포하고 있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미콜라이우는 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인구 48만명의 도시다. 전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대도시 중 첫번째로 점령에 성공한 남부의 요충지 헤르손과는 50㎞ 정도 떨어져 있어 그 어느때보다 긴장감이 높은 상황이다.
일로나는 집과 근처 학교에 마련된 방공호를 하루에 두세 차례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일로나는 "차가운 방공호에서 5일째, 매일매일 삶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간다"며 "개전 첫날에는 방공호로 들어온 사람이 50여명에 불과했지만, 폭발과 총격이 잦아지면서 현재는 200~300여명이 머문다"고 전했다.
방공호는 학교 지하시설을 활용하는 것으로 침대나 쇼파 등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은 없어 상당히 열악하다. 학생들이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에 의지해 쉬는 정도가 전부다. 다만 전기나 통신, 수도, 난방 등은 아직 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미콜라이우에도 지난 2일 러시아군의 침공이 본격화했지만, 인근 헤르손 등보다는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 일로나는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미콜라이우에서 계속 싸우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사상자와 손실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군 중에는 미콜라이우에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잡힌 군인들도 있었는데 이들은 20~25세밖에 되지 않았다"며 포로가 된 러시아군인들의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다. 사진 속 군인들은 20대 초반의 앳된 모습으로 두손이 뒤로 묶인 채 공포에 질려있었다. 일로나는 "이 군인들의 어머니가 (내 말을) 들을 기회가 있다면 아들에게 '항복하라고 말해달라'고 전하고 싶다"며 "우리는 모두 평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어과 학생들 한국말 영상 올려 도움 호소…"의료장비, 구호품 필요해"
일로나는 한국에 관심이 생겨 한국어를 공부하다가 한국어 강사까지 됐다. 일로나는 "2012년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 등 한류에 관심이 생겨 미콜라이우에 있는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2015년부터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고, 이후 드니프로에서 한국어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로나의 제자들 역시 한국과 한류가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게 된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로나는 최근 한국어과 학생들과 함께 한국어, 영어 등으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전하는 영상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고 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세계 각국의 도움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영상 속 일로나는 한국어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참사를 막도록 도와달라"며 "회색빛의 하늘이 아니라 푸른 하늘을 돌려받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강조했다.
이 학과 학생인 아샤 알렉산드라도 "자원봉사자와 병원의약품, 의복, 식품 등 다양한 도움이 필요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같은 과 학생인 자이첸코 알렉산드라는 "드니프로 사람들은 부상당한 사람들을 돕고 있어 의료장비와 구호품이 정말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셔서 많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무종합대 한국어과의 최광순 학과장은 "영상은 저희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것"이라며 "영상이 노출되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해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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