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했다고 1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미군 당국이 한반도 '서해' 지역에서 미사일 대비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혀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이 이 일대에서 이른바 '정찰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준비 중인 정황을 미군 당국이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배포한 자료에서 올 들어 9차례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이달 7일 '서해'에서 감시·정찰활동과 탄도미사일 방어 전력의 대비태세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 당국이 한반도의 특정 지역을 거론하며 이 같은 발표를 한 건 '이례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2012년과 16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 이른바 '인공위성 발사'를 실시했다는 점을 들어 "미군 당국이 이번엔 '정찰위성 발사'를 핑계로 북한이 ICBM을 발사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등 2차례에 걸쳐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급 발사체를 1발씩 발사한 뒤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10일엔 김정은 총비서가 이들 시험을 주관한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을 직접 다녀갔단 소식을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싣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군 인·태사령부의 이번 발표는 '북한의 움직임을 항상 보고 있으니 섣불리 도발하지 말라'는 전략적 소통으로 보인다"며 "여기엔 언제든지 타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복수의 대북 관측통에 따르면 북한의 이달 5일 MRBM 발사를 전후로 수도권에 인접한 서해 상공엔 미 해군 정찰기 EP-3E '애리스'가 출격했고, 10일에도 미 공군 정찰기 RC-135W '리벳조인트'가 한반도 상공을 날았다. 또 동해 상공에선 2~5일 RS-135S '코브라볼'이 포착됐고, 탄도미사일 추적함 '하워드 로렌젠'도 7일까지 동해에서 대북 감시활동에 참여했다.

관측통은 "미군 정찰기들이 북한 서해안 지역에서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특이동향을 포착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이번 우주개발국 현지지도에서 작년 1월 제8차 당 대회 때 수립한 이른바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에 따라 군사정찰위성 여러 대를 태양동기극궤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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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 교수는 "북한이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과연 이것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김 총비서의 언급은 '1호 명령'이기 때문에 (정찰위성 발사도) 어떤 형식으로든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작년 당 대회 때 '군사정찰위성 운용'과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도입'을 "가까운 기간 내" 달성할 과업으로 꼽았다. 북한은 이 가운데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해선 올 1월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만들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의 기술 수준이 중국·러시아 등이 실전배치 단계에 돌입한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탑재형 미사일엔 "크게 못 미친다"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북한이 애초 외국 수준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한 게 아니었다면 그들 기준에선 외부로부터의 평가는 사실 무의미하다. 이 같은 논리는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제사회에선 앞서 2010년대부터 북한의 위성 개발이 궁극적으론 ICBM 개발을 위한 것으로 간주해왔다. 위성 발사용 우주로켓과 ICBM은 '탑재물이 위성이나 탄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기술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관측통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가장한 ICBM 발사'와 같은 대형 도발을 벌일 경우 그 시점은 내달 15일 제110주년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 즈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미 이번 태양절을 '성대히 경축하겠다'고 예고해놓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이 ICBM 시험발사가 아니라 실제로 정찰위성을 궤도에 띄우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면 실패 가능성 때문에 태양절 계기 발사는 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쏠 땐 언제 필요한지, 정치·정무적으로 어느 시점이 가장 유리한지 고려하겠지만 기술적으로 준비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며 "인공위성엔 트랜지스터·다이오드 등 많은 부품이 필요한데 북한이 제재를 받는 동안엔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북한의 자체 전자기술도 취약하다보니 당장 발전된 기술을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장 교수는 "북한이 새로운 발사체를 쏜다면 통상 4주 정도 준비를 해야 한다. 이 상황은 한미 정찰자산에 모두 포착될 것"이라며 "북한은 항상 예상 밖 행동을 하기 때문에 정찰위성이 아닌 다른 종류의 발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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