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 24곳과 주택 1곳이 불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샌드위치 패널' 소재. 2022.3.20/뉴스1 © News1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다 불타니까 하늘도 슬퍼서 우나 봐. 하루만 더 빨리 내리지."

화마가 처참히 휩쓸고 간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만난 70대 사장 A씨는 내리는 비를 보며 탄식했다. 전날(19일) 발생한 화재에 점포 24곳과 가게와 붙어 있던 주택 1곳이 불타면서 불이 다 꺼진 뒤에도 먹자골목의 분위기는 흐린 날씨처럼 침울했다.


화재발생 다음날인 20일 오전 9시30분쯤 마장동 먹자골목 초입에선 여전히 매캐한 탄내가 진동했다. 입구 옆 족발집 사장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웃는 얼굴로 간간이 오는 손님들을 맞았지만, 손님들은 "어디서 탄내가 난다"며 어리둥절해했다. 일부 단골손님들만 화재 소식을 듣고 일찍부터 먹자골목 화재 현장을 찾았다.

'30년 전통 먹자골목'이라고 적힌 파란색 간판 밑으로 좁다란 골목길을 지나자 탄내가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찔렀다. 노란색 출입통제 소방라인이 길게 쳐진 가게들의 유리창은 산산조각 나 있었고, 그 주변에는 녹아 늘어붙은 빨간 대야와 주황색 고무장갑이 널브러져 있었다. 가게 앞에 걸린 사장 사진이 담긴 간판은 검게 그을려 있었다.


가게 안쪽에는 철제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움푹 꺼진 지붕과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된 원인인 '샌드위치' 패널의 잔재들이 보였다. 구부러지고 검게 그을린 철제들과 녹아내린 스티로폼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또 끓이다만 김치찌개와 족발, 고추씨, 양파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폭 2미터가량의 통로를 사이에 두고 입구 기준 왼편의 가게들만 줄줄이 불타자 그 반대편 가게들의 사장들은 이른 아침부터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장 B씨는 "우리 가게엔 불이 옮겨붙진 않았지만, 연기가 가게 안에 다 배어서 무와 양파 등 식재료를 다 버렸다"며 "어제부터 연기를 빼느라 한숨도 못 잤다. 혹여나 또 불날까봐 밤새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행주로 그을음을 닦던 맞은편 가게 사장 C씨는 "무서워서 잠이 안왔다. 점심부터 장사하는데 걱정돼서 오전 9시부터 나왔다"며 "장사준비도 해야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사도 하고 거기서 먹고 자기도 하는 가게들이 몇 있는데 그나마 낮에 불이나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통로 바닥에 호스로 물을 뿌리며 빗자루질을 하던 사장 D씨는 "말도 마라. 불길이 갑자기 솟구쳐 일단 살고 보자하고 도망 나왔다"며 "한참동안 불길이 안잡히길래 속으로 뭐라도 들고 나올 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또 "가게에 불이 옮겨붙진 않았지만 입구에 둔 주방기구와 식재료들이 그을리고 젖어서 전부 못쓰게 됐다"고 한탄했다.


19일 마장동 먹자골목에서 화재가 발생해 점포 24곳과 주택 1곳이 불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2022.3.20/뉴스1 © News1 노선웅 기자

이날 오전 10시쯤엔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소방 관계자는 "방화구획이 나눠져있지 않다보니 불이 빠르게 번진 것 같다"며 "내화구조였으면 피해가 덜했을텐데 그렇지 않아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요일날 합동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원인과 피해 정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현장에는 화재로 가게가 완전히 불타는 피해를 입은 이재민 E씨(44)가 일찍부터 나와 착잡한 얼굴로 화재 잔재들을 살피고 있었다. E씨는 "여기서 장사하며 손자손녀들을 다 키우고 그러신 분들이 많은데 이대로 상권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한숨도 못 자고 나왔다. 그냥 무사히 다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총 24개 점포와 주택 1개가 불타 4억3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7개 점포는 완전히 불탔고 1개 점포는 반쯤 불탔다. 주택 1가구도 완전히 불탔다.

이 과정에서 70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이중 이재민은 4명 발생했다.

당시 소방은 화재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대원 146명과 장비 42대, 그리고 민간 포크레인 1대를 투입해 화재를 진압했다.

성동구청은 이재민에 대해 "거처할 곳이 현재 없어 임시 거처를 마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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