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면역으로 유행 감소 만드나 "…국민들도 지치는 K-방역
이달에만 3번째 방역 완화…위중증·사망자 중점 관리 실패
재택치료도 포화 상태…"심각한 위기 상황 알릴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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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에 근접하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열흘 넘게 1000명대를 기록 중이다. 의료현장은 붕괴 수준으로 치닫고 있고 넉넉하다던 병상도 부족해지고 있다. 확진자 발생 정점에 대한 방역 당국의 예측은 빗나갔다. 그런데도 방역 완화 정책에 후퇴 기미는 없다.
코로나19 정점 국면에서 반복되는 정부의 방역 완화 메시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국민 생활 불편 해소'를 표면적 이유로 한 달 새 3번째 완화 조치를 내놨으나 실익도 없다. 오히려 오미크론 확산 피해만 더 키우는 게 'K-방역'의 현실이다.
◇ 이젠 8명까지 모인다…'23일부터 감소세' 진짜 올까
21일부터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8인까지 모일 수 있다.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로 유지된다. 지난달 18일과 이달 4일 두 차례 조정을 통해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 다시 11시로 연장한 데 이은 3번째 방역 완화 조치다.
방역 당국은 현재 유행이 정점 부근에 있고, 인원만 소폭 조정했기에 이번 거리두기 조정이 전반적인 유행 상황에 큰 변동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오는 23일 전후로 코로나19가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예측은 엇나갈 가능성이 높다.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업 등을 이유로 의심 증상이 있음에도 검사를 피하는 이른바 '샤이 오미크론'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방역 완화 시그널은 유행의 정점 시기를 늦추고 확진자 규모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집단면역 달성을 통한 유행 감소가 전략이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아무리 소폭의 완화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는 시기에 완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 정점 구간을 확인하고 풀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당장의 위기를 넘기고 감소세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적어도 2~3주만이라도 강도 높은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확산 정점 전 해제 위험"…뒤늦은 대응
이번 조정안은 인원·시간제한을 모두 완화하려 했던 기존 방침보다는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방역 당국의 정점 예상치(37만명)를 훌쩍 뛰어넘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정점이 오기 전 대폭 완화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깔렸다.
앞서 연이은 거리두기 완화가 국민들의 경각심을 낮춰 오미크론 대유행 차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를 무시하던 정부는 위기 상황이 지속되자 부랴부랴 손을 쓰는 모양새다. 내부적으로도 방역 완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방역 당국은 그간 오미크론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치명률이 낮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계절 독감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병상 상황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사망자가 300∼400명씩 나오자 위험성을 부각하고 있다. 최근의 발언은 이전과 온도차가 느껴진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은 지난 18일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에 비해 낮지만 독감과 유사해지는 경우는 백신을 접종한 때뿐"이라고 강조했다.
60대 이상 고령층 미접종자의 치명률은 5.05%로 계절독감(0.05∼0.1%)의 50배 이상이라며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확진 후 수개월간 호흡곤란과 기침, 운동능력 저하, 후각과 미각 상실 등 후유증을 나타날 위험도 크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 재택치료 관리 역량 포화…의료진 '멘붕'
방역 완화는 확진자 증가 폭과 속도를 키우고 있다. 20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3만4708명 발생했다. 위중증 환자는 1033명으로 13일째 1000명 이상 유지됐다. 사망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327명이었다. 최근 일주일간 발생한 확진자는 281만7235명, 사망자는 2033명에 달한다.
현재 재택치료자는 214만6951명인데, 고위험군에 속해 집중관리를 받는 환자는 31만명을 넘었다. 30만명을 적정수준으로 보던 방역 당국의 재택치료 관리 역량은 이미 포화 수준인 셈이다. 병상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67.6%로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63.7%)보다 3.9%포인트 올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가득하다. 유행 정점을 확인한 후 방역 완화 조치를 내려도 늦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는 최근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 후 "오미크론 감염 후 기저질환의 악화로 인한 사망도 증가하고 있어 현재 집계되는 사망자 수는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며 "정부는 의료기관 붕괴의 현실을 직시하고 방역 완화를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정부, 여전히 '사망률 낮다' 통계만…"위기 상황 정확히 알려야"
방역 완화는 최소한의 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통 해소를 내세웠으나 거리두기 완화에 별다른 효과는 없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시간 제한은 그대로 두고 인원만 늘리는 건 소용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방역 당국이 밝힌 한 주간 신용카드 매출액은 감소세다. 음식점을 비롯해 유통, 여행 등 대부분 업종에서 매출은 하락했다. 확산세가 거세니 방역을 풀어줘 봐야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나마 늘어난 업종은 유흥시설이었다. 백순영 교수는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조정안이 자영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방역 정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부는 여전히 '신규 확진자 수가 많지만 사망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해외 언론 보도나,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 등의 수치를 내보이며 "국내 사정은 안정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이 되레 국민 신뢰도만 떨어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재욱 교수는 "누적 사망률이 아니라 최근의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봐야 한다"며 "자꾸 '괜찮다' '감당할 수 있다' 식의 대응이 아니라 국민에게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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