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주력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현대차
▶기사 게재 순서
①친환경차 전환 속도… 기술 강국 도약 선언
②완성차업계, ‘미래 모빌리티’ 체질개선 속도
③사실상 맨땅에 헤더… 속도만 내다 탈날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친환경차 시대를 앞당기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선 차·부품 지원과 효율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한 정책적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수소차 산업에 대해선 규모의 경제에 대비해 활성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기차 보급률 5%인데 ‘내연기관 퇴출’

현대차그룹은 2035년엔 유럽, 2040년엔 한국·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고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르노자동차코리아는 부산 동신모텍 공장에서 전기차 트위지를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 

다른 친환경차 모델의 국내 생산 계획은 아직 없다. 한국지엠(GM)은 전기차 국내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기차 수요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윤 당선인이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공약을 내세우면서 완성차업계의 중장기 로드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완성차업계는 인프라·인력 전환 합의 물꼬도 트이지 않은 채 내연기관차 중단만 외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우려했다.

현재 전기차 가격은 보조금 지원 없인 사기가 부담스럽다. 차 운행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확충도 미비하다. 올 1월 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판매량은 1022대를 기록했다. 올 2월 보조금이 확정되자 판매량은 전월 대비 1113.2%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3분의 1은 손해를 감수하며 생산하는 것”이라며 “큰 볼륨으로 생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품업계 전동화 전환, 인력 전환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진정한 전동화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부·고용부 등 부처끼리 연계한 종합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업체들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동화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부품사들의 양극화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부품사들은 5년 새 139곳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대기업 1차협력업체는 25곳 증가했다.

문제는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공약이 그대로 실행되면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중소 부품사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대기업의 합종연횡은 증가하고 있다. 

2·3차 협력 부품사들의 마진이 거의 없는 것과 달리 완성차업체는 주요기업 계열의 부품사에 일부 이익을 확보해 주며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는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보다 30% 적어 관련 일자리가 없어질 위기도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사용되는 부품 3만여개 중 1만9000여개 정도만 전기차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내연기관차 전속 부품기업은 900여곳, 고용은 3만5000여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품사 관계자는 “1차 협력사만도 1000곳이 넘지만 2~3차 협력사는 매우 영세하다”며 “전기차 부품 개발비는 수 천 만원에서 최대 조 단위로 들어가는데 영세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세엽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업 규모별, 도급 단계별, 생산 부문별 특성에 맞게 부품기업이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소차 활성화 전략 이어가야 

쉐보레 전기차 볼트EV(왼쪽)와 볼트EUV. /사진=한국지엠
‘충전요금 5년 동결’ 공약은 한국전력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내 급속 충전기는 1킬로와트(㎾)당 평균 290~310원 수준인데 이 가격을 5년 동안 유지하겠단 것이다. 충전요금을 동결하려면 전력공급가 인상 억제가 필요하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5조9000여억원이란 역대 최악의 적자를 냈다.

전력 공급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심야전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심야에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면서 남는 전기를 전기차 충전에 활용해야 한다”며 “심야전기는 수요가 없어 산업계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되는 셈”이라며 “전기차 사용자와 정부 간 윈-윈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자재 공급도 큰 문제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차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지는 시점은 기존 예상 시점인 2025년보다 늦어질 수 있다. 전기차 글로벌 공급망은 수시로 변화해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비용이 상승하는 광물이나 소재를 적게 사용하는 대안적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며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내리려면 생산 프로세스를 합리화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소차 산업 정책은 구체화 돼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윤 당선인은 수소차 관련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환경부는 현대차 넥쏘에 국고 보조금 22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기아 전기차 EV6(700만원), 니로(700만원)의 국고 보조금보다 높다. 그럼에도 지난해 수소 승용차 판매량은 8498대를 기록하며 목표치(1만5000대)에 도달하지 못했다.

완성차업계가 수소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프라 미비 탓이다. 올 3월22일 기준 전국의 수소차 충전소는 154기다. 아무리 저렴하게 팔아도 충전기가 없으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다. 여기에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이 성숙되지 않아 완성차업체도 생산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승용형 다목적차(SUV) ‘GLC F-CELL’의 생산을 종료했고 폭스바겐은 수소차 개발, 혼다는 지난해 6월 수소차 클래리티 생산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