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속도를 높이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의 공개 반발 속 민주당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이라고 규정하며 강력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민주당 대 검찰·국민의힘 간 극한 충돌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은 사회정의를 지키는 곳이지, 정치 행위를 하는 곳이 아니다. 도 넘은 정치개입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권을 가진 검찰을 정상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수사·기소 분리 입법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는 김오수 검찰총장과 검찰이 수사권 분리 입법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직격한 것이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에 대한 대응 논의를 위해 소집된 전국검사장회의에서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국 검사장들은 회의 뒤 대검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아니하고 충분한 논의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이 성급히 추진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대검찰청이 지난 8일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밝힌 뒤 전국 지검에서 잇따라 검사회의가 열려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민주당을 향한 검찰의 전면적인 반발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검찰 움직임을 강력 비판하면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이 공익을 저버리고 이익집단이 돼버린 검찰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공화국 만들기의 행동대장을 자임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수사·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에 기소권만 두자는 데 대해선 이견이 없는 상태로, 민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통해 검찰 개혁안에 대한 당론을 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속도'를 강조하는 데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윤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다.

황운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윤 당선인에 대해 "검찰 수사 만능주의자"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를 검찰 조직에서 들어내는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가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1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가 4월 정국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172석의 압도적 과반 의석에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과반은 물론 법사위원장까지 민주당 소속이어서 이론적으로는 마음만 먹을 경우 윤 당선인의 취임 전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으로 지연 작전을 펴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법사위 사보임으로 대비책이 마련된 상태다.

다만 대선 패배로 심판을 받은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도 전에 '입법 독주'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나설 경우 검찰의 거센 반발은 물론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 민주당이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도 이날 이소영 비대위원이 "수사·기소 분리의 목표는 어떤 기관으로부터 권한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합리적 국가 수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적이 돼야 한다"며 '대안 제시'를 요구하는 등 속도조절 목소리가 없지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대선 불복'이자 '이재명 방탄 입법'으로 규정하며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결국 문재인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와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성명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이재명 비리 방탄법'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4월 국회 중 처리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민심과 맞서겠다는 명백한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날 검수완박 입법 움직임에 대해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에서 현재 국회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입장을 내며 뛰어들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입법 강행에 나설 경우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최후의 수단도 검토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필리버스터 등 물리적 대응을 할 건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 순서대로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정의당 역시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민주당의 행동 반경이 실제 의석수와는 달리 그리 넓은 편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라디오를 통해 민주당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시기도, 절차도, 내용도 정의당은 동의할 수 없다"며 "공수처와 새로운 수사본부가 제대로 정착되고 자리 잡는지 평가한 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검사장들이 이날 입장문에서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하면서 '국회 특위' 구성을 통한 제도 개선 논의를 제안함에 따라 이에 대한 국회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이다.

검사장들은 "국민을 위해 국회에서 가칭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하여 검찰 수사 기능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제도를 둘러싼 제반 쟁점에 대하여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형사사법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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