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이 소액주주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방산 부문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열린 물적분할 반대 주주 모임. /사진=풍산 소액주주 연대 제공


국내 일부 기업들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물적분할 계획을 잇달아 철회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이 단체를 꾸려 물적분할 반대 운동을 벌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전날 방산 부문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풍산은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반대 주주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검토한 결과 회사 분할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풍산이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한 배경에는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있다. 물적분할은 모기업이 신설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다. 상장 시 기존 주주들은 단 한주의 주식도 받을 수 없어 주주가치 훼손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소액 주주들이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이유다.


풍산 소액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 등을 우려하며 지난달 20일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는 등 물적분할 반대 운동에 나섰다. 같은 달 21일에는 소액주주 설득을 위해 회사에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요청했고 회사가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같은 달 30일 주주명부 여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업계에서는 풍산의 물적분할 계획 철회가 DB하이텍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DB하이텍은 사업부 분야별 전문성 강화 등을 위해 팹리스(반도체 위탁 설계) 사업부 물적분할을 추진했으나 주주들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26일 분사 작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을 막기 위해 연대를 구성해 공동행동에 나섰다. 비영리 법인을 설립하고 주주명부 열람·등사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회사가 엑셀파일이 아닌 책자 형태로 명부를 제공하자 전자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풍산과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14일 주주연합을 결성해 서로를 돕기도 했다. 주주연합은 당시 "아무리 좋은 물적분할도 공시만 되면 주가가 폭락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물적분할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인 투자자들의 힘을 모아 단체 행동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풍산 소액주주 연대 관계자는 "물적분할 반대 운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DB하이텍 소액주주들과 함께 정치인을 압박함으로써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시키도록 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풍산의 방산 부문 물적분할 계획 철회는 소액주주들이 이뤄낸 쾌거"라며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으면 물적분할과 같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