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본점의 부산이전 문제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고 여야 국회의원들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강석훈 회장은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라며 정책 추진에 발을 맞춘다. 지난달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정부가 결정한 사안인 만큼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산업은행 직원들의 집단 반발이다. 매일 아침 500여명의 직원들은 머리띠를 메고 본점 1층에 모여 투쟁의 목소리를 높인다. 직원들은 "갑자기 삶의 터전이 바뀌는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부산행을 강행하는 강 회장의 퇴진 집회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목적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 자금공급'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과 산업을 분산하려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부산시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2005년부터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9개의 금융기관 본사를 유치했다. 다만 이들 금융기관 부서가 전부 부산에 터전을 옮긴 것은 아니다.


일례로 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시장감시위원회는 서울에 있고 경영지원본부·파생상품시장본부와 지난해 신설된 청산결제본부는 부산에 있다. 직무에 따라 부산과 서울간 출장도 부지기수다. 자본시장의 대표기관을 부산에 이전했으나 자금공급은 여전히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은행 역시 핵심 업무인 금융·자본시장·글로벌사업 부문은 서울에 두고 경영관리·심사평가 등 지원부서를 부산에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산업은행 본사 직원 1700여명 중에서 30%에 해당하는 500여명이 1차 인사발령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반쪽짜리 이전'에도 불구하고 부산행을 밀어붙이는 강 회장의 미션이 '국정과제 완성'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산업은행 회장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과 재정자금 공급 등 국책은행의 공적 미션에 주력했던 것과 다르게 부산의 지역 발전 등 정치 미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1954년 탄생한 산업은행은 전쟁으로 파괴된 산업시설의 복구는 물론 전력과 석탄 등 기반산업 시설 증강을 위해 재정자금을 공급했다. 1960년대 이후 기초에너지산업과 철강, 조선, 기계 등 중화학공업의 개발·설비금융을 지원했고 1980년대 자동차와 전자산업을 뒷받침한 장기설비금융으로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1990년대 경제개방화에 맞춰 기업금융을 확대했다.

2008년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타진하며 KDB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해체했다. '총재'로 불리던 산업은행 CEO 명칭은 '회장'으로 변경했고 직함의 무게가 가벼워진 산업은행 회장들은 2016년 이후 새로운 정책금융 기관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창립 62주년 기념식에 내건 산업은행의 미션은 '세상의 변화를 이겨내는 강한 KDB'다. 올해 68세가 된 산업은행의 미션은 무엇일까. 명분과 실익이 없는 강 회장의 부산이전 미션에 산업은행은 '세상의 변화에 휩쓸려간 KDB'가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