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대출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출을 거절한 저축은행은 지난 3월말 4곳에서 8월말 기준 11곳으로 늘었다./그래픽=머니S DB


한국은행이 최근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조달비용이 늘어난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올라가고 있다. 돈을 빌리지 못한 취약차주들이 자칫 불법사금융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개인신용대출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출을 거절한 저축은행은 지난 3월말 4곳에서 8월말 기준 11곳으로 늘었다.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한 저축은행은 44곳에서 46곳으로 늘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인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마진을 위해 대출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연 20%)가 존재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운 데다 저신용자는 위험부담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고신용자 위주로 영업 노선을 바꾼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기준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4.72%로 집계됐다. 올해 1월1일까지만 해도 2.37%에 머물렀지만 기준금리 인상기 속 저축은행들의 수신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평균금리는 2012년 8월 이후 약 10년 만에 4%대를 넘어섰다. 저축은행의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셈이다.

카드사들도 대표적 대출 상품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표준등급 기준)는 13.22%다. 지난 6월말(12.92%)과 비교해 0.3%포인트, 7월말(12.87%)과 비교해서는 0.3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여신전문금융채권 금리 급등 영향이 컸다. 카드사는 예·적금 등의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한다. 하지만 여전채(AA+, 3년물) 금리가 5%대로 치솟으면서 부담이 커지자 대출금리를 조정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종 기준금리가 3.5% 수준일 것이라는 시장 예상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다수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데다 환율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금리인상 기조가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제도권 금융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부업계마저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감원의 '2021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업계의 신용대출 잔액은 2019년 12월말 8조9109억원에서 지난 연말 7조298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담보대출 잔액은 7조61억원에서 7조6131억원으로 늘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 전략을 바꾸면서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줄여나가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저신용자 대출 취급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