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이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뉴시스


정부가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는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50조원+알파(α)' 지원이라는 고강도 조치를 꺼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불씨를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최근 변동성이 높아진 회사채 시장과 단기 자금 시장 동향 등을 점검하고 채안펀드를 포함한 '50조원+α(알파)' 규모의 유동성 지원 조치를 즉시 가동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최근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 지급 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 리스크의 촉매제로 작용하자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달 28일 강원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GJC)의 회생절차 신청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만기를 앞두고 GJC의 대출채권인 기초자산이자 강원도가 지급금 지금 의무를 가지고 있는 ABCP가 기한이익 상실되며 지난 4일 등급 D로 강등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이미 금리 상승과 부동산 업황 악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레고랜드 ABCP 지급 불이행 사태가 터지면서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을 야기했다. 국내 최고 신용도로 취급되는 지방자치단체의 지급 불이행으로 신용등급이 부여된 모든 부동산 금융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결국 이달 들어 관련 거래가 위축되고 PF ABCP 차환 금리가 급속도로 상승했다.

먼저 금융당국은 지난 24일부터 채안펀드를 재가동해 1조6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섰다. 추가 펀드 자금 요청 작업도 속도를 내 다음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집행토록 하고 필요시 추가 조성도 추진할 예정이다.


채안펀드는 회사채와 우량기업 기업어음(CP), 금융채 등을 사들여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는 역할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바 있으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20조원 규모로 다시 조성됐다.

증권가 "단기금융시장 불안 해소에 긍정적… 모니터링은 지속해야"

증권가에서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으로 단기 시장 안정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안정의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시장안정조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거래 부분과 증권사·건설사 단기자금조달 경색 부분을 해소시키며 당면 문제의 악순환을 끊어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물론 이번 조치는 단기자금시장 경색 해결을 위한 대책이며 유동성의 급격한 확대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 강세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두고 모니터링은 지속해야된다"고 분석했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50조원 이상으로 확대 조정된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으로 단기금융시장 불안 해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지원책에서는 이전 조치보다 자금 회전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직접적인 공급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들만으로 번지는 불씨를 완전히 끄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된 지원 중 하나인 채안펀드는 시장 안정화 영향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자금 여력이 없는 은행들이 캐피탈 콜에 응할 만한 자금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며 "근본적인 상황도 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당국의 긴축으로 전체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안정의 정도는 한계가 있다"며 "한국은 아직 물가의 고점을 확인하지 못했고 미국 근원 물가는 고점 확인에 실패해 피벗(Pivot, 정책 전환)을 기대하기에는 여건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즉시 투입하는 가용재원이 적고 매입대상 증권의 등급 기준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입 효과는 작다"며
"그러나 83개 약정 금융기관 대상 캐피탈콜을 실시해 11월부터 추가 재원을 투입할 예정인 점을 감안하면 브릿지론 유동화증권 차환 병목은 일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