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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동산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을 안정을 위해 만든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본격 가동에 돌입하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자금난 해소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으로 지원받는 증권사들이 고위험 투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은 쉽사리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을 포함해 한국투자·NH·삼성·KB·메리츠·하나·신한·키움 등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인 증권사 9곳은 제2 채안펀드 집행을 앞두고 중소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9개 증권사가 각각 500억원씩 총 4500억원을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집행될 계획이다.
신용등급 A2 이하인 중소형 증권사가 부동산 PF ABCP 차환 발행 물량에 대한 자금 지원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이달 넷째 주부터 본격 투입에 들어가는 구조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자금집행을 대표 주관사 3곳에 대한 선정은 논의 단계다.
금융위원회도 이르면 이날부터 금융감독원 등과 자금시장 점검 회의를 열고 제2의 채안펀드와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ABCP 매입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는 출자 규모만 4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이번 프로그램이 경색된 단기자금시장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가 매입을 보장하거나 신용보강한 PF ABCP와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만기 규모는 이달 10조7297억원, 다음달 9조7574억원에 이른다. 집중 매입 대상인 중소형 증권사의 A2 이하 PF ABCP는 최근 한 달 동안 금리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시장에서는 일단 이번 프로그램 가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거래가 끊기다시피한 저신용 PF ABCP 시장의 경색이 일부 해소될 가능성에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업계 전반의 ABCP 차환이 중단되면서 흑자 도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도 제기됐다"면서도 "그러나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만 있다면 이는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문제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에 지원을 받는 일부 증권사들에 대해 도덕적 해이 측면에서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소형 증권사들은 고위험·고수익을 보장하는 부동산 PF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도래한 역대급 유동성 속에서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하면서 차환에 실패한 사업장이 잇따랐고 대형 증권사와 더불어 금융당국까지 유동성 공급에 나서자 증권사는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착할 뿐 고위험 투자에 대한 책임은 결국 정부가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건전하게 유동성을 관리한 금융사와 달리 위험을 떠안은 금융사가 있다면 유동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어느 정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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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운 기자
머니S 증권팀 이지운입니다.